[사설]뮤지컬이나 보는 해외 국감, 차라리 없애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7일 03시 00분


주중(駐中) 한국대사관을 국정감사하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 5명의 13일 첫 일정은 현대자동차 베이징공장 견학과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한 대형 뮤지컬 ‘진몐왕차오(金面王朝)’ 관람이었다. ‘진몐왕차오’는 중국 고대신화 속 두 남녀의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룬 로맨스 뮤지컬로 주중 한국대사관 업무와 무관하다. 이틀 국감 중 하루를 국감과 아무 상관없는 공연 관람과 자동차공장 구경에 허비했으니 세금 낭비하는 외유(外遊) 국감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뮤지컬을 관람한 사람은 새정치민주연합 이해찬 김성곤 심재권 김현 의원과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다. 뮤지컬 티켓 값을 국감 비용으로 치른 것은 공금 유용이나 다름없는 세금 낭비다. 정작 의원들이 김정은 건강, 미국이 추진하는 THAAD(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의 한국 배치 등을 묻는 국감을 진행한 것은 14일 3시간뿐이었다. 더구나 대리기사 폭행사건의 공동정범으로 고소당한 김현 의원은 자숙은커녕 “주재원들은 왜 인사 안 하느냐”라고 해외에서까지 ‘갑(甲)질’을 했다.

이재오 의원은 7월 외통위 전체 회의에서 “제가 속한 아주반은 몽골 네팔까지 가는데 직접 감사하러 갈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 놓고 베이징에서 뮤지컬을 보고 베트남 말레이시아 네팔 등지에서 이틀씩 머무르는 계획을 잡았으니 외유를 염두에 두지 않고선 이런 일정을 짜기 어렵다.

국회 정무위원회도 17일부터 이틀간 베이징과 도쿄의 은행 부당대출을 감사한다는 명목으로 출장 국감을 나간다. 금융감독원 현지사무소 직원이 고작 2, 3명인데 국회의원 23명이 출동한다니 코미디 같은 일이다. 금감원 해외 사무소는 해당 국가 금융당국과 연락 임무만 띠기 때문에 금융권에서도 의아한 눈으로 본다. 부당대출 감사가 목적이라면 국내에서 금감원과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질의하는 것이 효율적이어서다.

때만 되면 재외공관 감사를 한다고 우르르 몰려 나가는 국회의원들에게 들어가는 비즈니스클래스 항공권과 특급호텔 비용, 재외공관들의 접대비가 모두 국민 세금에서 나온다. 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는 립 서비스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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