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무대·음악·캐릭터 3박자 완벽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17일 06시 55분


뮤지컬 레베카는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만큼 긴장감과 스릴이 넘치는 작품이다. 귀에 착착 감기는 음악과 그로테스크한 무대도 근사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댄버스 부인의 얼음 같은 매력을 빼놓을 수 없다.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레베카는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만큼 긴장감과 스릴이 넘치는 작품이다. 귀에 착착 감기는 음악과 그로테스크한 무대도 근사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댄버스 부인의 얼음 같은 매력을 빼놓을 수 없다.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 뮤지컬 ‘레베카’

근사한 무대연출과 환상의 멜로디 조화
댄버스 부인·막심 등 다양한 해석 가능

뮤지컬 ‘레베카’는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왜 재미있냐”라고 묻는다면 당장이라도 세 가지 정도는 댈 수 있다.

우선 무대가 근사하다. 바닷가에 면한 꽤 고풍스러운 맨덜리 저택이 배경인데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풍긴다. 저택의 주인 막심 드 윈터(오만석 분)의 전처 레베카의 비밀을 품은 저택이다. ‘샤막(특수효과를 위한 중간막)’을 활용한 이미지 연출도 상당히 성공적이다. 너무도 어색했던 지난해 초연 때의 불타는 저택 장면이 훨씬 더 실감이 나게 느껴진다.

두 번째는 음악이다. 그 중에서도 역시 댄버스 부인이 부르는 ‘레베카’. 이 멜로디는 ‘뮤지컬계의 후크송’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공연이 끝나도 최소한 이틀은 이 멜로디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나중에는 “제발 그만!”이라고 소리치고 싶을 정도로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무시무시한 곡이다.

마지막으로 역시 댄버스 부인이라는 캐릭터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레베카’의 주인공은 맨덜리 저택의 주인인 훈남 막심과 그와 사랑에 빠지는 ‘나(임혜영 분)’라는 여인이다. 하지만 정작 관객의 시선이 가장 많이 머무는 인물은 댄버스라는 조역이다. 맨덜리 저택의 전 안주인이자 의문의 익사를 한 레베카의 강력한 추종자로, 새롭게 안주인으로 들어온 ‘나’를 괴롭힌다. 이마에 ‘나는 악역’이라고 써 붙인 듯한 여인이다. 5미터 반경 안에만 들어서도 피부에 서리가 깔 것처럼 싸늘하다.

초연 때부터 옥주현의 댄버스가 유명했다. 풍부한 성량과 교과서적인 연기로 댄버스라는 캐릭터를 적절하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는 초연부터 댄버스 부인 역을 맡은 옥주현, 신영숙 외에 한 명이 더 붙었다. 가수 겸 배우 리사다. 실은 리사의 댄버스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개막 전부터 ‘과연 리사가 옥주현을 넘어설 수 있을까’ 싶었는데, 적절한 답을 찾은 느낌이다. 리사가 옥주현을 넘어섰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옥주현과는 ‘다른’ 댄버스를 표현했다. 옥주현이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었다면, 리사는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보여주었다. 리사의 댄버스 부인은 밉지만 끝까지 미워하기 힘든 여인이었다(반면 옥주현은 끝까지 공포스러울 정도로 미웠다). 왜 그토록 죽은 레베카에게 집착했는지, 그 집착이 아무 상관없는 ‘나’라는 여자에게 증오로 표출되어야 했는지가 리사의 댄버스에게서는 엿보인다. 처음으로 댄버스라는 ‘악녀’에게서 ‘여자’를 볼 수 있었다.

11월9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한다. 다시 말하지만 ‘레베카’는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재미’만이라면, 별을 일곱 개쯤 아낌없이 투척하고 싶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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