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자… 구스다운 뜨거운 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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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거위털 확보 경쟁

김수경 이마트 침구 바이어는 올해 초 지난 3년 동안 거래하던 헝가리산 거위털 가공업체 대신 새로운 거래처를 찾아보기로 했다. 거위털 값이 너무 올라 지난해 30만 원이었던 구스다운 이불 가격이 50만 원을 넘어갈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김 씨는 “헝가리 농장 사람들이 ‘거위털 값이 계속 뛸 테니 빨리 사둬야 한다’고 했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거위(또는 오리)의 솜털을 뜻하는 ‘다운’이 인기를 얻으면서 좋은 털을 싸게 선점하기 위한 ‘털의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거위털 수요가 늘어난 이유는 세계적인 이상저온 현상에 있다. 우모(羽毛·거위 및 오리털) 업계에 따르면 거위털 값은 10년 새 10배 이상 뛰었다.

특히 한국은 최근 3, 4년 동안 다운 의류의 폭발적인 인기로 세계 거위털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매년 약 7000t을 소비하는 미국에 이어 한국은 연간 5000t 규모의 오리 및 거위털을 소비하는 세계 2위 시장이다. 실제로 국내 우모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태평양물산은 세계 최대의 다운 공급업체로 통한다. 이 회사의 우모사업부문 매출은 2010년 733억 원에서 지난해 3001억 원으로 4배가 넘는 규모로 늘었다.

임영진 태평양물산 프라우덴사업부 전무는 “다운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대기업에 다운을 납품하는 태평양물산도 함께 성장했다”며 “한국 소비자들은 특히 고급 거위털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국내 거위털 소비의 95%는 의류에 집중돼 있지만 최근에는 침구 분야에서도 거위털 바람이 불고 있다. 백화점의 구스다운 이불은 한 채에 300만 원이 훌쩍 넘지만 신혼부부들이 가장 선호하는 혼수품 중 하나로 떠올랐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겨울철 구스다운 매출이 전년 대비 30% 오르는 등 구스다운 이불이 겨울철 주력 침구 상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김수경 바이어 등이 찾아낸 미국 업체에서 헝가리, 폴란드, 캐나다 거위의 솜털 90%, 깃털 10%를 섞어 만든 구스다운 이불 6000장을 들여와 이달 16일부터 전국 매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비자 반응이 좋아 올해는 물량을 지난해의 두 배인 6000장으로 늘렸다”며 “괜찮은 거래처를 찾아낸 덕에 솜털 비중을 지난해보다 높인 제품의 가격을 39만9000원(퀸 사이즈 기준)으로 맞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다운의 마케팅 경쟁이 과열될수록 소비자들은 꼼꼼히 확인해보고 제품을 살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상대적으로 값이 싼 오리털인데 거위털처럼 보이는 제품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캐나다 구스’ 같은 브랜드 제품에는 브랜드 이름과 달리 오리와 거위털이 섞여 있다. 임 전무는 “최고 수준의 품질을 가진 캐나다산 거위털은 일년 생산량이 8500kg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원산지를 꼼꼼히 따져 보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품질 좋은 폴란드, 헝가리산에 루마니아산 등을 섞어 ‘유럽산’으로 표기해 파는 곳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털은 아이슬란드 등에 사는 ‘아이더 오리’의 다운이다. 이불 한 채 가격은 3000만 원 선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구스다운#거위털#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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