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시행 10개월 성과와 과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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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 타고 관객 발길 늘었지만 콘텐츠 갈증 풀기엔 아직…

대형 뮤지컬로는 드물게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한 뮤지컬 ‘시카고’. 뮤지컬 제작사들은 이미 각종 할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문화가 있는 날에 추가로 할인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동아일보DB
대형 뮤지컬로는 드물게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한 뮤지컬 ‘시카고’. 뮤지컬 제작사들은 이미 각종 할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문화가 있는 날에 추가로 할인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동아일보DB
《 10월은 ‘문화의 달’. 셋째 주 토요일인 18일은 ‘문화의 날’이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해 미술관, 공연장, 박물관 등의 관람료를 할인해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문화가 있는 날’에 영화 ‘넛잡’, 뮤지컬 ‘김종욱 찾기’ 등을 관람하며 문화의 날 알리기에 나섰다. ‘문화 융성’을 국정 4대 기조 가운데 하나로 내건 현 정부의 주요 문화 정책인 문화가 있는 날의 성과와 나아갈 길을 진단한다. 》
완성도 높은 작품은 문화가 있는 날에 큰 호응을 얻었다. 일찌감치 매진된 연극 ‘유리동물원’(위)과 영화 ‘명량’. 명동예술극장 제공·동아일보DB
완성도 높은 작품은 문화가 있는 날에 큰 호응을 얻었다. 일찌감치 매진된 연극 ‘유리동물원’(위)과 영화 ‘명량’. 명동예술극장 제공·동아일보DB
#1.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반신’의 9월 24일 공연표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일본의 유명 연출가 노다 히데키가 연출한 이 공연은 작품성도 있지만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표를 40% 할인해줬기 때문이다. 한태숙 연출가의 연극 ‘유리동물원’도 마찬가지였다. 8월 27일 표(40% 할인)가 순식간에 매진되는 등 명동예술극장은 문화가 있는 날이 되면 관객들로 붐빈다.

#2. 인터파크에서 월별 뮤지컬 티켓 예매 순위 1∼10위를 차지하는 작품(15일 현재) 가운데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하는 작품은 단 한 개에 불과하다.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황태자 루돌프’가 유일한데 선착순 100명에 한해 관람료를 50% 할인해주고 있다.

1월부터 시행된 문화가 있는 날이 차츰 성과를 내고 있지만 문화계 전반으로 활발하게 확산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참여 프로그램 수는 늘고 있지만 정작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부담 줄자 관객 반색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한 프로그램 수는 올해 1월 883개에서 빠르게 늘어나 9월 1474개로 집계됐다. 국공립 문화단체는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9월의 경우 전체 1474개 프로그램 가운데 905개가 국공립, 569개가 민간단체의 프로그램이었다. 장르별로는 전시가 438개로 가장 많았고, 인문학강좌를 개설하거나 책을 추가로 대출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 도서관(418개), 영화(275개), 공연(175개) 순이었다.

동아일보가 문화계의 분야별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문화가 있는 날 효과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느리지만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이 8명으로 가장 많았다. 효과가 상당하다는 의견도 7명이었다.

눈에 띄는 효과를 낸 대표적인 장르는 영화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영화관에서는 문화가 있는 날에 오후 6시부터 8시에 시작하는 영화를 50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평일 영화표 값이 8000∼9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큰 폭으로 할인해 주는 것. 신기범 CGV 영업지원팀장은 “1∼8월 문화가 있는 날 좌석 점유율은 다른 수요일의 두 배에 가까워 관객이 늘어난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무용단과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정오의 춤’ ‘국악콘서트 잔치’ 등 기존 작품을 무료로 공연한 결과 좌석 점유율이 평균 103.9%로 나타났다. 준비한 좌석이 모두 매진돼 추가로 좌석을 마련했을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

40∼50%를 할인한 뮤지컬 ‘시카고’ ‘고스트’를 비롯해 연극 ‘엄마를 부탁해’ ‘가을소나타’도 모두 매진됐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난타’와 ‘뮤직쇼 웨딩’은 평소에 비해 한국인 관객이 10% 정도 늘었다. 1만 원인 관람료를 5000원으로 할인해주는 삼성미술관 리움 역시 관람객 수가 다른 평일의 1.2배로 증가했다.

○ 경쟁력 있는 콘텐츠 확보해야

하지만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하는 프로그램 중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작품은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인터파크에서 요즘 티켓 예매 순위 1∼5위에 오른 ‘레베카’ ‘지킬 앤 하이드’ ‘조로’ ‘마리 앙투아네트’ ‘헤드윅’은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하지 않았다. ‘프라이드’ ‘슬픈 연극’ 등 인기가 많은 연극 역시 마찬가지다. 매달 한 편 이상 공연을 관람하는 최보라 씨(31)는 “문화가 있는 날에 할인을 많이 해준다고 해서 반가웠는데 막상 보고 싶은 작품은 해당 사항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결국 문화가 있는 날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관객들이 찾는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획사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문화계의 지적이다.

설문 응답자 20명 가운데 11명은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하기 힘든 이유로 기획사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윤택 연출가는 “정부 차원의 문화정책이면서도 민간 분야의 제작사나 공연장에 아무런 혜택이 없는 것은 문제”라며 “문화가 있는 날이 제대로 꽃피우려면 정부가 의지를 갖고 좋은 콘텐츠를 갖고 있는 제작사의 참여를 유도하고 실질적인 지원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림 aryssong@donga.com·김정은 기자
#문화가 있는 날#시카고#유리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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