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수대교 사고 이후와 세월호 이후, 왜 이리 다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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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이면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20년이 된다. 건설된 지 15년밖에 안 된 한강 다리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져 등굣길 무학여고 학생 8명을 비롯해 32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사고원인조사위원장을 맡았던 장승필 서울대 명예교수는 “다리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부조리가 낳은 결과였다”고 회고했다. 이듬해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올해 세월호 참사를 보면 지난 20년간 질적으로 우리 사회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성수대교 사고 이후에 적어도 한강 다리는 무너질 것을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안전도가 높아지는 성과는 있었다. 시설물 안전관리 특별법이 제정됐고, 안전관리 기관인 한국시설안전공단이 출범했으며 공사 단계부터 책임감리제가 도입돼 교량 터널 도로의 안전성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당시 원인 조사를 주로 기술적 측면에 맞춰 개선 방안을 찾는 데 중점을 둔 덕분이다. 성수대교 사고는 정치 쟁점화하지도 않았고, 좌파단체의 시위꾼들이 유족과 함께 “대통령 퇴진”을 외치지도 않았다.

성수대교 사고 때와 비교하면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는 딴판이다. 사고 발생 6개월이 되는 오늘까지 정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이 재발 방지 해법보다는 사고 당일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이나 특별법 제정을 놓고 다투느라 조용한 날이 없었다. 국민들 사이의 갈등도 심각하다. 이 바람에 안전을 위한 대책은 뒷전으로 밀려 세월호 참사 다음 날인 4월 17일부터 8월 31일까지 일어난 선박 사고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안전 관련 법안 70여 건을 비롯해 정부조직법, 관피아 방지법, 유병언법 등 국가 전반의 안전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법안들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부처별로 안전 대책을 마련했으나 국민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인의 수준이 20년 전보다 후퇴했기 때문인가. 이제는 정쟁을 중단하고, 진상 규명과는 별개로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튼튼하게 고치는 일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성수대교#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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