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해경 꼭 해체해야 하나” 與내부서도 신중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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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강력 반대하자 득실계산 분주
“정부조직법 원안통과 어려움 커”… 차기 총선-대선 악영향도 우려

새누리당이 해양경찰청 해체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당 차원에선 기본적으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원안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당 내부에서 신중론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이 ‘해경 해체’에 강력 반대하고 있어 여야 협상 과정에서 해경 해체 카드가 수정될 가능성도 나온다.

당 고위 관계자는 15일 “정부조직법 여야 협상의 핵심은 ‘해경 해체’ 여부가 될 것”이라며 “야당이 강력 반대하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에서 해경을 해체한다고 해도 다음 정권에서 또 뒤집어질 수 있다. 이 문제는 판단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향후 해경 해체와 관련해 정부와 의견 조율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도 이날 국정감사에서 ‘해경을 없애는 것으로 구호 체제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겠느냐’는 질의에 “여러 가지 견해가 있겠지만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발전적으로 해경의 역할을 확대 재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6월 국회에 제출한 정부조직법은 세월호 참사 이후 강력한 재난 안전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기 위해 국민안전처를 설치하고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은 해체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해양경찰청이 담당했던 경비·안전 및 오염방제 기능은 국가안전처로,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각각 넘긴다는 것.

정부안에 반대하는 새정치연합은 국민안전처를 국민안전부로 격상하고, 해경은 국민안전부의 외청으로 존속시켜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해경 해체만은 반대다. 대통령 한마디로 조직을 없앤다는 것 자체가 경솔한 판단”이라고 밝혔다.

본격적인 여야 협상을 앞두고 새누리당 기류에 변화가 감지된 것은 야당의 반대가 확고한 상황에서 정부조직법의 원안 통과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여야는 이달 말까지 세월호 특별법,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과 함께 정부조직법 등 3개 법안을 일괄 타결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정부조직법은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인 안전행정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유권자 표심이 이반할 경우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핵심 당직자는 “당내 일부 의원도 해경이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과정에서 잘못했지만 조직을 해체하고 새로 바꾼다고 해서 구조를 더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법의 경우 가급적 시한인 이달 말 처리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날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한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 대표들과 면담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유가족들과 항상 소통하고 야당보다 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겠다”면서 “최선을 다해서 (유가족들의) 입장을 반영하고 대변하면서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해경#해체#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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