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m vs 118m…파워는 역시 박병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16일 06시 40분


2014년의 넥센 박병호(왼쪽)와 2003년의 삼성 이승엽. 11년 간격으로 50홈런 고지를 밟은 대한민국 대표 홈런왕들이다. 닮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닮은 이들의 분명한 공통점은 당대가 원하고 기다렸던, 최고의 홈런타자라는 점이다. 스포츠동아DB
2014년의 넥센 박병호(왼쪽)와 2003년의 삼성 이승엽. 11년 간격으로 50홈런 고지를 밟은 대한민국 대표 홈런왕들이다. 닮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닮은 이들의 분명한 공통점은 당대가 원하고 기다렸던, 최고의 홈런타자라는 점이다. 스포츠동아DB
■ 2014 박병호 52호 vs 2003 이승엽 56호

85kg 이승엽, 부드러운 스윙으로 홈런
107kg 박병호, 체중 실어 괴력의 아치
홈서 35방씩…홈런 경기서 승률도 높아

11년 만에 한 시즌 50홈런이 터졌다. 넥센 박병호(28)가 그 주인공이다. 박병호는 14일 사직 롯데전에서 시즌 50호·51호 연타석 홈런을 터트렸다. 15일에는 시즌 52호 홈런까지 추가했다. 마침내 2003년 삼성 이승엽(당시 27세·56홈런) 이후 끊어졌던 ‘50홈런 타자’의 명맥을 이었다. 이승엽의 뒤를 이어 국가대표 4번타자 자리를 물려받은 주인공답다.

연일 계속되는 홈런 퍼레이드로 뜨거운 화제를 모았던 2003년의 이승엽과 척박했던 홈런의 토양에 다시 꽃밭을 일구고 있는 2014년의 박병호. 그들은 닮은 듯 달랐고, 다른 듯 닮았다. 물론 부인할 수 없는 공통점은 당대가 원하고 기다렸던, 최고의 홈런타자라는 점이다.

● 아름다운 곡선 이승엽 vs 파워 넘치는 박병호

두 사람의 체격 조건은 거의 비슷하다. 키, 가슴둘레, 팔뚝둘레, 허벅지둘레, 발사이즈 모두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체중이 많이 다르다. 107kg의 박병호는 당시 85kg였던 이승엽보다 22kg이 더 나간다.

홈런은 허리회전과 힙턴은 물론 배트 스피드와 무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만들어지는 타격의 예술이다. 홈런타자 치고 몸무게가 적은 편이었던 이승엽은 2003년 당시 1kg에 육박하는 배트를 사용했다. 상대팀이나 타자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지만, 적게는 930g에서 많게는 960g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트의 원심력을 이용해 타구를 부드럽게 담장 밖으로 넘기곤 했다.

박병호는 당시의 이승엽보다 50g 가벼운 배트를 쓰지만, 타고난 힘과 체중에서 앞선다. 기본적인 파워가 뒷받침돼 있으니, 890g짜리 배트도 벼락처럼 돌린다. 빠른 배트 스피드에 체중까지 실려 타구가 끝없이 날아간다. 이승엽의 홈런들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렸다면, 박병호의 홈런에서는 공을 반으로 쪼갤 듯한 파괴력이 느껴지는 이유다. 결국 이승엽과 박병호는 타고난 체격에 자신에게 필요한 노하우를 더해 50홈런 고지에 등정한 셈이다.

● 평균 비거리는 이승엽 117.8m vs 박병호 123.4m

홈구장에서 유독 강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이승엽과 박병호는 각각 대구와 목동에서 나란히 35개씩의 홈런을 때려냈다. 비단 이들뿐만 아니라 역대 다른 홈런왕들도 대부분 구장의 규모와 관계없이 홈구장 홈런의 비중이 60∼70%에 달하곤 했다. 홈에서는 상대적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편한 상태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유 때문이다. 국내 프로 구장들 가운데 펜스까지의 거리가 가장 먼 잠실구장(이승엽 2개·박병호 3개)과 담장이 높아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 사직구장(이승엽 4개·박병호 4개)에서도 둘은 비슷한 성적을 냈다.

홈런의 비거리는 박병호가 조금 앞선다. 2003년 이승엽이 친 홈런 56개의 평균 비거리는 117.8m, 올해 박병호가 때려낸 홈런 52개의 평균 비거리는 123.4m였다. 삼성과 넥센은 이승엽(44게임)과 박병호(41게임)가 홈런을 쳤던 경기에서 각각 0.682와 0.718라는 높은 승률을 올렸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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