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ML 가을사나이] SF 영웅전 이시카와도 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16일 06시 40분


NLCS 3차전 주자일소 적시2루타 쐐기
2002년 프로입문 후 만년 ML 유망주
보치감독 부름 받고 빅게임서 꽃 피워
캔자스시티 3연승…WS까지 1승 남아

아시안계 빅리거의 활약이 포스트시즌을 강타하고 있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2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루키 2루수 콜튼 웡은 하와이에서 태어난 중국계 선수다. 3차전에서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일본계 3세 트래비스 이시카와(31)가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시카와는 15일(한국시간) AT&T파크에서 열린 NLCS 3차전에서 좌익수 7번타자로 선발출전해 1-0으로 앞선 1회말 2사 만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카디널스의 마이크 매서니 감독은 1회였지만 선발투수 존 래키에게 6번타자 브랜든 벨트를 고의4구로 거르도록 지시했다. 상대적으로 타력이 약한 이시카와와 대결을 펼치겠다는 심산. 하지만 승부수는 곧 실패로 판명됐다. 이시카와의 타구는 우측 담장 상단을 맞고 떨어지는 3타점짜리 주자일소 적시 2루타. NLCS 1차전에서도 2회초 결승타점을 올렸던 이시카와는 이번 시리즈에서 혼자 4타점을 책임졌다.

시애틀이 고향인 이시카와는 키 191cm, 몸무게 100kg의 건장한 체격을 지녔다. 고교 시절 워싱턴주 최고의 유망주로 꼽혀 2002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21라운드에서 자이언츠에 지명됐다. 하지만 프로에서는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다. 2008년까지 6년 동안 줄곧 마이너리그에 머물러야 했다. 약한 방망이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2009년 타율 0.261, 9홈런, 39타점을 올리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당시 그의 포지션은 1루수. 안정된 수비를 자랑했지만 주전으로 뛰기에는 파워가 크게 부족했다. 2010년 영입된 강타자 오브리 허프에게 밀려 주전 자리를 내준 이시카와는 대타 및 대수비 전문요원으로 경기에 나섰다. 대타로 출전한 경기에서 타율 0.315를 기록해 내셔널리그 7위에 랭크될 정도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쳐 팀이 1954년 이후 처음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데 기여했다.

우승의 기쁨도 잠시, 이듬해 루키 1루수 브랜든 벨트에게 밀려 트리플A에서 시즌을 보냈다. 이때부터 떠돌이 인생이 본격화됐다. 2012년 밀워키 브루어스로 이적했지만 역시 주전 경쟁에서 밀려 94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엔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6경기, 뉴욕 양키스에서 1경기에 출전해 고작 안타 2개만 기록했다.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하던 이시카와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올 시즌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 개막전 로스터에 이름을 올려 가비 산체스와 번갈아서 1루수로 출전했다. 그러나 15경기에서 1홈런, 타율 0,206에 그치자 파이어리츠는 뉴욕 메츠로부터 아이크 데이비스를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파이어리츠에서 쫓겨난 지 하루만인 4월 24일, 친정팀 자이언츠가 이시카와에게 손을 내밀었다. 트리플A에서 뛰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중 주전 좌익수 마이클 모스가 부상자명단에 올라 7월부터 자이언츠에 합류했다. 낯선 좌익수로 경기에 나섰지만 포지션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47경기에서 타율 0.274, 2홈런, 18타점을 기록했다. 모스가 또 다시 부상을 당해 포스트시즌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이시카와는 공수에서 안정된 경기력을 보여 브루스 보치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4-4 동점이던 연장 10회말 무사 1·2루 찬스에서 그레고르 블랑코의 번트 타구를 카디널스의 5번째 투수 랜디 초트가 1루에 악송구를 한 틈을 타 5-4 승리를 거두고 2승1패로 앞서나갔다.

이날 카프먼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는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2-1로 물리치고 3연승을 내달렸다. 로열스는 1985년 월드시리즈까지 포함해 포스트시즌 10연승. 29년 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단 1승만을 남겼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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