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5 V리그 팀별 전력분석] 10kg 짐 메고 하루 26km 행군…LIG, 3인자 탈출 이 악물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16일 06시 40분


“3인자는 잊어라. 올해는 다르다!” LIG손해보험이 우승을 향해 환골탈태했다. 산악훈련 암벽등반 심리치료 등을 통해 심신을 재무장했다. 문용관 감독(가운데)은 호주대표팀 출신인 에드가와 토종 주포 김요한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스포츠동아DB
“3인자는 잊어라. 올해는 다르다!” LIG손해보험이 우승을 향해 환골탈태했다. 산악훈련 암벽등반 심리치료 등을 통해 심신을 재무장했다. 문용관 감독(가운데)은 호주대표팀 출신인 에드가와 토종 주포 김요한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스포츠동아DB
6. 극한 훈련으로 거듭난 LIG

지리산 종주·오대산 나홀로 야간산행
다양한 지옥 훈련으로 정신력 재무장
김요한 공격성공률 높이기 준비 완료
불안한 세터진 전력 보강이 우승 과제

시즌을 앞두고 LIG손해보험은 다양한 이벤트를 했다. 지리산을 종주했고 오대산에서 야간행군도 했다. 공 대신 노를 쥐고 조정(漕艇)을 했고 암벽등반과 번지점프도 했다. 의미 있는 사회공헌 활동도 거르지 않았다. 다양한 주제로 좋은 강의도 들었다. 이벤트의 아이디어를 냈던 문용관 감독은 행사마다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다. 코트에서 단순한 훈련의 반복으로 얻을 수 있는 것 이외의 정신적인 자극을 원했다.

1라운드부터 전력투구를 펼쳐 4년 만에 봄 배구에 나가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정한 그레이터스 선수들과 문용관 감독이 외친 것이 원 투 쓰리와 A B C다. 수원 LIG인재니움훈련장 벽에 걸린 대형 현수막 ‘그레이터스 챌린지 ABC’는 LIG배구의 모토다. A는 하나를 상징하는 A Team, B는 기본을 의미하는 Basic, C는 무한경쟁의 Competetion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출발은 1,2,3 혹은 A,B,C부터다. 그 평범한 진리를 믿고 시즌을 준비했다.

● 다양한 극한체험을 통해 LIG 선수들이 얻은 교훈

10kg이 넘는 배낭을 지고 하루에 26km를 행군하는 지리산 종주는 정말 힘들었다. 어느 선수는 정상에 서자마자 문 감독을 보더니 ‘에이 씨 두 번 다시 안 해!’라고 했다. 문 감독은 “지리산 종주를 통해 선수들에게 극한상황을 경험해주고 싶었다. 오대산 야간산행은 담력과 불안을 극복하는 체험을 시켜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혼자서 랜턴 하나만 들고 오대산의 깊은 산길을 6km나 걸었다. 산속에서 멧돼지도 만났고 누구는 길을 잃고 헤맸다. 깊은 어둠 속에서 선수들은 공포를 누르고 그동안 사용했던 감각 이외에도 새로운 감각(식스 센스)을 찾아야 했다.

팀워크를 위해 조정 훈련도 했다. 그동안 ‘모래알 조직력’이라는 말을 들었던 LIG였다. 한 배를 탄 선수들이 함께 노를 저으며 진정한 팀의 의미를 실감했다. 문 감독은 “엇박자로 노를 젓는 팀은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재미 속에서 팀플레이를 체험하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평가했다.

7일에는 충북 제천으로 갔다. 암벽등반을 했다. 자일 하나에 의지해 맨손으로 정상까지 올랐다. 빠르면 20분, 늦으면 40분이 걸리는 험한 코스였다. 깎아지른 절벽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몸을 세우고 두 발을 바위에 단단히 내디뎌야 했지만 두려움 때문에 쉽지 않았다. 암벽 등반이 처음인 LIG선수들은 여러 차례 미끄러졌지만 공포를 극복하는 순간 길이 보였다. 악전고투 한 끝에 김요한과 하현용이 가장 먼저 정상에 올랐다. 이후 모든 선수들이 정상에서 성취감을 만끽했다. 돌아오는 길에 63m 높이의 번지점프도 했다. 김요한 정규혁 이강원 노재욱 등이 뛰어내렸다. 번지점프는 2번의 공포를 경험한다. 점프대 위에 올라가서 ‘만일 사고가 나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쓸 때와 마지막에 스스로 뛰어내릴 때다. 그 두 번의 공포를 이겨낸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다. LIG 선수들은 몸보다 마음을 먼저 변화시켰다.

● 영광의 기억. 그러나 항상 우승은 저만치 있었다

1976년 6월 금성사 배구단으로 시작해 오랜 세월 동안 정상권에 머물렀던 명문 팀. 이상하리만큼 우승과는 인연이 많지 않았다. 프로배구 탄생 이후 10년간 삼성화재 현대캐피탈에 밀려 3인자의 위치였다. 이제는 4위 5위가 더 익숙하다. 앞서고 있다가도 연속실점으로 스스로 무너지는 팀이었다. 20점 이후 유난히 약했던 병은 LIG 배구의 상징이었다. 서브리시브에 약점이 있고 선수들의 세기가 약한 단점도 여전히 고쳐지지 않았다.

LIG는 11월 팀을 인수하는 KB스타즈로 재탄생하기 전에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기회가 있었다. 7월 KOVO컵이 찬스였다. 준비도 잘했다. 예선에서의 플레이는 완벽했다. 모두가 기대했다. 그러나 준결승전에서 무너졌다. 문 감독은 경기 뒤 “우리 마음속에 있는 교만이 패배의 원인이었다. 팀을 생각하지 않고 나를 먼저 내세우고자 하는 마음이 만든 뼈아픈 결과”라고 했다. 그래서 선수들의 몸보다는 마음의 치료에 매달렸다. 많은 교육을 했고 심리치료도 받았다. 배구는 리시브-토스-스파이크가 이어지는 1,2,3의 경기지만 화려한 3보다는 1과 2의 과정을 더 중요시하는 문 감독의 생각을 각인시키기 위한 작업이 반복됐다.

● 기존의 전력을 업그레이드해서 성공률을 높인다

시즌을 앞두고 한국전력과 2-2 트레이드를 했다. 필요한 부분을 보완했다. 냉정히 봤을 때 전력에 엄청난 플러스 요인은 없다. 외국인선수는 호주대표팀 출신 토마스 에드가와 2시즌 연속해서 함께 간다.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고 돌아온 에드가는 체력이 떨어져 보완이 한창이다. 지난 시즌 공격점유율은 무려 54%였다. 성공률은 52∼53%. 이번 시즌 점유율은 떨어트려도 성공률을 더 올려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에드가의 떨어진 점유율은 지난 시즌 점유율 23% 성공률 50%를 기록했던 김요한이 채워줘야 한다. 성공률도 함께 늘렸으면 하는 게 감독의 바람이다. 시즌을 앞둔 몸 상태는 좋다. 오대산 등정에서 1위를 하는 등 팀의 3번째 선참 선수로서 모든 일에 항상 앞서며 책임감을 보여줬다. 도레이와의 연습경기를 마친 뒤 일본의 코칭스태프는 “한국의 여러 팀과 경기를 했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는 김요한이다. 타점 파워 모두 최고”라고 평가했다.

● 여전히 불안한 것은 서브리시브와 연속실점

공격의 파워와 높이는 다른 팀에 뒤지지 않지만 불안요소도 있다. 세터다. 이효동과 2년차 신승준, 신인 노재욱 등에게 고루 기회를 줄 생각이다. 주전은 이효동이지만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세터에게 가장 필요한 우승경험이 없다는 단점이 팀을 고비에서 흔들리게 한다. 이효동에게는 좋을 때와 나쁠 때의 편차를 줄여달라고 주문했다. 해마다 팀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목됐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많은 방법을 썼지만 아직도 고치지 못한 문제다.

현대캐피탈 우리카드처럼 센터가 강한 팀에 유난히 약했던 이유도 바로 세터였다. 이번 시즌 운명도 세터진이 얼마나 해주느냐와 연결과 서브리시브의 약점이라는 숙제를 어떻게 푸는지에 달려 있다. 2년차 손현종이 윙리시브를 담당한다. 공격의 높이와 파워는 있다. 김요한과 함께 상대의 서브 목적타를 견뎌내야 한다. 손현종이 60%의 리시브 성공률만 보여준다면 LIG에게도 희망이 생길 것이다. 키 플레이어다.

20점 이후에 뒷심이 부족한 약점과 한 번 실점이 나면 연속 실책이 이어지는 단점도 결국은 리시브의 불안과 멘탈이 원인이라고 본다. 라이트 이강원은 센터로 전환해 하현용 정기혁을 돕는다. 이강원은 발바닥 부상으로 6주 진단을 받아 초반 출전이 불가능하다. LIG의 상징 이경수도 무릎뼈 제거수술로 출전이 어렵다. 후배에게 자리를 내줘야 할 때다.

국가대표 리베로 부용찬은 부상을 완전하게 치료하지 못한 채 시즌을 꾸려나가야 한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공격의 높이나 파워는 있지만 연결과 리시브에서 얼마나 실수를 줄이느냐가 팀의 운명을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건 전문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