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끌고 나온 아기엄마 “창업 아이디어 나누러 왔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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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창업지원학교 영국 ‘캠퍼스 런던’ 가보니
낡은 건물 개조한 ‘벤처 인큐베이터’… 각층마다 역할분담 스타트업 지원
예비 창업가들 함께 수업듣고 협업… “기술 아닌 꿈꾸는 사람들에 투자”

영국 런던 동부 테크시티 본힐 거리에 유독 낡은 건물 한 곳이 있다. 오랜 공장처럼 보이는 이 건물은 구글이 운영하는 ‘캠퍼스 런던’이다. 구글은 이곳에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창업의 A부터 Z까지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과 사무 공간, 무료 인터넷, 개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시험할 수 있는 최신 디바이스 등을 지원한다.

캠퍼스 런던은 스타트업들이 자유롭게 뛰놀며 함께 성장하는 ‘놀이터’ 같았다. 구글은 캠퍼스 런던과 비슷한 규모로 ‘캠퍼스 서울’을 내년 초에 설립할 예정이다.

○ 엄마도 창업할 수 있는 환경


14일(현지 시간) 오전 캠퍼스 런던에 아기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공장을 개조한 곳이라 넓고 천장이 높아 소리가 울렸다. ‘엄마를 위한 캠퍼스’라는 교육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었다. 캠퍼스 런던의 자랑거리인 이 프로그램은 아이를 둔 30, 40대 여성 창업가를 위해 마련됐다. 매일 2시간 반씩 9주 동안 제품 개발 및 마케팅, 투자 유치 방법 등을 가르치는데 이날은 ‘사업계획서 작성’ 과정이 진행됐다.

3명의 아이를 키우는 타라 라주모크 씨도 이곳의 도움으로 스타트업 ‘범프&블리스’를 창업했다. 출산 관련 서비스 업체들과 산모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스타트업 이름도 아기를 밴 엄마 배를 의미하는 범프(bump)와 은총이란 뜻의 블리스(bliss)를 합쳐서 지었다. 라주모크 씨는 “엄마를 위한 캠퍼스 덕분에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는 기술, 창업 자신감 등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의실 곳곳에는 유아용 장남감과 유모차가 놓여 있었고 아기 울음도 끊이지 않았지만 수업 열기는 뜨거웠다.

이곳에서 창업가들은 서로를 ‘파트너’라고 부른다. 캠퍼스의 일원이자 스타트업 ‘프로퍼 리즈(Proper Reads)’의 창업가인 닉 러슈턴 씨는 “각자 스타트업 종류는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새로운 비즈니스라는 공통된 목표와 관심사를 갖고 있는 파트너들”이라며 “나와 같은 길을 가는 파트너들의 실수와 성공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있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벽에 ‘깨어나라 스타트업(Wake up, Startup)’이라는 문구가 적힌 지하 1층에는 무료로 개방하는 카페가 있다. 이름은 카페지만 도서관처럼 창업가들이 자유롭게 찾아 일을 하는 공간으로 매일 ‘만원’이다. 파트너들은 이곳에서 만나 서로가 가진 기술을 나누기도 한다. 일종의 기술 품앗이다. 벽에 마련된 게시판에 ‘웹페이지 디자인 도와주세요’ ‘함께 일할 엔지니어 찾습니다’라고 적은 종이를 붙이는 식으로 협력 방법을 찾는다.

○ 투자회사도 같은 건물에 입주

지하 1층∼지상 6층인 캠퍼스 런던 건물은 층마다 역할을 분담해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2, 3층에선 생긴 지 4년 남짓 된 스타트업 테크허브가 싼 가격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정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기술을 소개할 수 있는 행사도 연다. 5층에는 전 세계 125개 스타트업에 1억1200만 파운드(약 1900억 원)를 투자한 시드캠프 등 투자회사가 입주했다.

캠퍼스 런던 총괄 세라 드링크워터 씨는 “구글 캠퍼스는 특정 스타트업이나 기술에 돈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을 꿈꾸는 모든 이에게 교육이라는 장기적 투자를 한다”며 “곧 설립될 캠퍼스 서울도 많은 스타트업들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런던#캠퍼스#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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