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동서남북]공감대 이루지 못한 천안 고교평준화… 소통 필요한건 교육감과 현장 아닐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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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훈·사회부
지명훈·사회부
충남 천안지역의 고교평준화 도입이 도의회 본회의에서 부결돼 일단 무산됐다.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의회와 학부모 등에게 평준화가 충분히 공유된 다음 재상정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충남도교육청은 고교평준화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지 못했다.

충남도교육청은 고교평준화를 하지 않은 곳이 현재 인구 50만 명 이상 도시 가운데 천안이 유일하고 광역시도 가운데 충남뿐이라며 ‘평준화라는 대세를 우리만 거슬러서야 되겠느냐’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그처럼 교육정책이 같아야 한다면 굳이 시도교육감을 뽑아 교육 자치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김 교육감은 “천안의 동서 지역 간 교육격차와 학교 서열화가 해마다 심화되고 있다”고 평준화를 추진해온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1981년 평준화를 도입할 때도 ‘서열화 해소’를 가장 큰 명분으로 삼았다. 당시와 달라진 점이 뭐냐는 질문에 담당 장학사는 “당시는 인문계 고교가 5개이고 지금은 12개여서 서열화가 더 등급화됐다”고 답했다. 1995년 비평준화로 돌아선 천안의 고교 입시체제를 다시 바꿔야 할 만큼 서열화가 얼마나 심각해졌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

김 교육감은 교육행정의 신뢰를 위해 그러지 않겠다고 했지만 평준화 여론조사도 차제에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천안시민 73.8%가 평준화에 찬성했다’는 도교육청의 설문조사 결과에는 신뢰가 없다. 장기승 도의원(아산3)은 “찬성한 대다수가 중학교 1학년 등 평준화 당사자들이고 당시 찬성을 유도한 교사 10명이 징계를 받았다. 아마 명문대생들이라도 학업 경쟁을 느슨하게 한다면 찬성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평준화가 학력신장을 가져온다는 도교육청의 홍보도 과장됐다. 도교육청이 그 근거로 제시한 연세대 강상진 교수의 논문을 보면 1995∼2010년 대학수학능력시험 분석 결과 전국 시군지역 고교 가운데 평준화 지역의 수능 성적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그 격차는 오히려 점차 줄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학력에 미치는 영향 가운데 공인된 것은 사회경제적 요인 정도다. 평준화 여부는 상관관계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평준화의 피해가 예상되는 아산지역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아산지역 학생들은 천안지역 탈락자들이 몰려들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 환경의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올 평준화를 재상정하기에 앞서 보다 많은 토론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명훈·사회부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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