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혁명’ 동성애 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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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주교회의 중간보고서 “동성애자도 교회 기여 가능”

가톨릭이 그동안 죄악시해온 동성애, 동거, 이혼을 선별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바티칸에서 5∼19일 열리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간 보고서를 13일 발표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교구장이자 유럽주교회의 의장인 페테르 에르되 추기경(62)이 이날 발표한 12쪽짜리 보고서에는 과거의 결정을 뒤엎는 결론이 담겨 있지는 않았지만 기존 가톨릭 문서에선 볼 수 없는 표현이 다수 등장했다.

‘동성애자를 환영하는 문제’라는 소제목의 첫 문장은 “동성애자도 기독교 공동체에 기여할 은사(恩賜·하느님의 은총으로 얻은 능력과 자질)를 갖추고 있다”로 시작했다. 또 “동성 간 결합을 남녀의 결혼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면서도 “어떤 동성애 관계에서는 파트너의 인생을 위해 희생까지 불사하는 상호 부조가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많은 국가에서 결혼 전 실험적으로 동거하는 사람, 보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수입이 생길 때까지 결혼식을 미루고 함께 사는 커플, 혼례미사 비용 부담 때문에 세속적 결혼식을 올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동거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세계 가톨릭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번 보고서를 두고 ‘혁명’과 ‘지진’이란 표현 등 뜨거운 반응이 나오고 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가톨릭#동성애#세계주교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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