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기사들 웃고 울리는 ‘반집 승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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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랭킹1위 박정환 꺾고 명인전 결승에
랭킹 92위 최정, 랭킹 8위 김승재에 ‘깜짝勝’

바둑에서 반집 승부는 아프다. 이긴 사람은 짜릿하고 진 사람은 처절하다. 반집은 운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력이다. 프로들은 반집 차를 ‘미세하다’고 말한다. 어떤 순서로 끝내기를 해야 할지 계산에 계산을 거듭하기 때문에 ‘눈 터지는 계가’라고도 한다.

박영훈 9단(29)의 끝내기 솜씨는 정평이 나 있다. 끝내기로 10여 년간 세계를 제패한 이창호 9단을 닮아 ‘작은 신산(神算)’으로 불린다.

그런 그가 국내 랭킹 1위 박정환 9단을 상대로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준결승전 3번기 3국에서 반집승을 거뒀다. 박영훈은 초반 불리하게 시작했으나 중반에 타개로 승부를 건 뒤 정밀한 끝내기로 반집을 이겼다. 1국에서는 불계승, 2국에서는 불계패했다. 박영훈은 상대 전적을 6승 11패로 좁혔다.

명인전은 박영훈이 2010, 2011년 2연패했던 기전. 박영훈은 이동훈 3단(16)과 결승 5번기를 벌인다. 역대 전적은 박영훈이 2승으로 앞서 있다. 이동훈은 준결승에서 이세돌 9단을 2-0으로 이겼다.

최정 5단(18)은 국내 여자 1인자다. 여자 기전 3개 중 2개(여류 명인, 여류 기성)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대회인 충룽산빙성배에서 우승하는 등 기세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랭킹은 92위. 아직은 남자 기사들의 파워에 밀리고 있다. 바둑리그의 홍일점이다. CJ E&M의 2군 리그(퓨처스 리그) 3지명이다.

그런 그가 지난주 열린 바둑리그에서 처음 기용돼 승리를 거뒀다. 상대는 랭킹 8위의 김승재 6단(22). 랭킹이 84계단 위인 강자를 꺾은 것. 초반 불리한 바둑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붙어 반집을 이겼다. 한종진 감독의 의표를 찌른 선수 기용이 성공한 셈이다. CJ E&M은 선두 티브로드를 상대로 4-1로 대승을 거둬 2위로 올라섰다.

최정은 한국기원 하훈희 부장의 치료비로 써달라며 1000만 원을 쾌척했다.
#최정#바둑#박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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