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들 노벨문학상 최소요건 ‘6과 6.6’을 채워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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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출판계 관계자가 말하는 수상 가능성 조건

《 노벨문학상이 발표되는 매년 10월이면 고은 시인 등 한국 작가의 수상 가능성을 점치는 언론 보도가 쏟아진다. 그리고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뀐다.
정작 세계 문학계에서는 한국 작가의 수상 가능성을 한국인들의 염원보다 낮게 본다.
어떻게 하면 수상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까. 국내외 출판계와 한국문학번역원 전·현직 관계자들에게 수상 가능성이 있는 한국 작가와 선결 과제를 물었다. 》    
     

○ “한국 노벨문학상 2018년을 노려라”

한국문학번역원을 비롯해 전문가 집단은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높은 작가로 10명 정도를 꼽았다. 1세대 후보군으로 고은(81) 황석영(71) 이문열(66)이 꼽혔고, 차기 후보군에 이승우(55) 은희경(55) 신경숙(51), 차차기 후보군에 김영하(46) 박민규(46) 한강(44) 김애란(34)이 들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노벨상을 받으려면 최소 요건인 ‘6과 6.6’을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 숫자 6은 6년 주기를 뜻한다. 1994년 이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시아권 작가는 오에 겐자부로(일본·1994년), 가오싱젠(중국·프랑스로 망명·2000년), 오르한 파무크(터키·2006년), 모옌(중국·2012년)으로 6년 주기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역대 노벨문학상 흐름을 보면 지역과 국가를 안배한다”며 “작품의 질은 기본이고 4, 5년간 꾸준히 요건을 채워 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10년간 수상자들의 평균 나이는 70세다. 이를 감안하면 2018년경 고은 황석영 이문열, 셋 중 한 사람에게 기회가 올 가능성이 높다.

○ 스웨덴어 번역 평균 6.6권을 채워라

두 번째 숫자 6.6은 최근 10년간 노벨상을 받은 작가들이 수상 전 스웨덴어 번역본을 낸 작품 수다. 노벨문학상 심사위원들은 모두 스웨덴 사람들이다. 모국어인 스웨덴어로 번역된 책에 더 눈길이 갈 뿐 아니라 스웨덴 내에서의 평가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1960∼2004년 수상자들은 노벨상을 받기 전 평균 5권을 스웨덴어로 번역해 현지 출간했다. 스웨덴어 번역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최근 10년간 그 수치는 6.6권으로 늘었다. 스웨덴어 번역본이 없는 상태에서 상을 받은 이는 그리스 작가 이오르고스 세페리아데스(조지 세페리스·1963년)와 오디세우스 엘리티스(1979년) 단 둘뿐이다.

한국 작가 중 6.6권에 도달한 이는 한 명도 없다. 문학상 수상에 가장 근접했다는 고은 시인도 4권, 황석영 이문열 작가는 각각 2권이고, 차기 후보군인 이승우, 신경숙 작가의 작품은 번역조차 되지 않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이 출간될 때마다 스웨덴어로 번역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으로 번역된 작품도 중국이나 일본의 10분의 1 수준이다.

지금까지 스웨덴어 번역은 안데르스 칼손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 한국학과 교수와 그의 아내인 박옥경 씨의 작업에만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김윤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출판본부장은 “일본어와 중국어를 제외하면 한국 소설을 번역할 현지 전문 번역가가 10명도 안 된다”며 “영어, 프랑스어로 번역된 작품을 스웨덴어로 번역하는 중역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해외 문단과 교류 확대, 국내 문화 전체 질 업(UP)

아시아 지역 노벨상 수상 작가들은 수상 이전에 국제 문학상을 다수 수상했고, 해외 문단과 활발하게 교류해 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세계문학계의 헤게모니를 영미권이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키는 프란츠 카프카 상, 세계환상문학 대상, 스페인예술문학 훈장, 카탈루냐 국제상 등을 수상했다.

유력한 후보인 중국 시인 베이다오도 뉴욕주립대 등에서 교수로 일하며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수차례 문학상을 받았다. 한국은 그나마 고은 시인이 노르웨이 비에른손 훈장(2006년)을 받고 해외에서 시낭독회를 개최해 왔다.

스웨덴 한림원의 문학상 관계자를 만난 김주연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숙명여대 명예교수)의 결론은 이렇다. “문학상 심사 관계자들은 한국 문학, 나아가 문화 수준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민족문학적 사고를 철저히 버리고 인류 보편의 명제와 정서에 입각한 세계문학으로서 한국 문학을 꾸준히 가꾸어 나가야 합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윤종 기자
#노벨 문학상#해외 문단과 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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