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스 개막 3연승, 그 중심에 길렌워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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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아웃선 눈에 띄지 않았지만
SK전 25점 등 연일 득점포 불뿜어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프로농구 오리온스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트로이 길렌워터(26·사진)는 사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용병이다. 2라운드 3순위(전체 13순위)로 오리온스에 입단한 길렌워터는 올 시즌 개막 후 두 경기에서 평균 27점을 쓸어 담으며 팀의 2연승을 견인했다.

길렌워터는 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4 프로농구 외국인 용병 트라이아웃에서 그다지 돋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트라이아웃 첫째 날 연습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아 각 팀 감독들의 눈 밖에도 났다. 몇몇 감독들로부터 “그렇게 성의 없이 하려면 나가라”는 항의를 받았다. 둘째 날 정신을 차리지 않았다면 그는 한국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

길렌워터의 플레이는 1990년대 후반 KCC의 전성기를 이끈 ‘한국형 용병’ 조니 맥도웰을 연상시킨다. 1997-1998시즌을 앞두고 2라운드 19순위로 KCC에 입단한 맥도웰은 1순위 재키 존스에 가려 주목을 덜 받았다. 신장도 194cm로 작았다.

하지만 탱크 같은 힘으로 밀고 들어가는 거침없는 골밑 돌파와 같은 팀 가드였던 이상민 삼성 감독과의 절묘한 콤비 플레이로 그해 프로농구 최우수 외국인선수에 선정됐다. 맥도웰은 7시즌 동안 한국 무대를 누볐다.

센터로는 작은 키인 199cm의 길렌워터도 육중한 힘을 무기로 골밑 장악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14일 SK전에서는 외곽에서 천천히 움직이다 순간적으로 가드의 패스를 받아 골밑으로 돌진해 득점하거나 파울을 얻어내는 지능적인 움직임도 보여줬다. 이마 높이까지 볼을 들어 올렸다가 잠시 정지한 뒤 슛을 던지는 자유투 동작이나 골밑에서 끈질기게 2차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집중력도 맥도웰과 아주 흡사했다. 길렌워터는 “팀 동료들과 준비한 부분을 충실하게 해내겠다는 마음으로 임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길렌워터는 이날 3쿼터에서 정확한 중거리 슛까지 터뜨리는 등 10점을 몰아치며 SK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오리온스는 25점 9리바운드를 올린 길렌워터의 활약을 앞세워 SK를 83-67로 꺾고 3연승을 달리며 SK전 6연패에서도 벗어났다. 지난 시즌 챔피언 모비스는 KCC를 75-70으로 꺾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프로농구#오리온스#트로이 길렌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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