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5 V리그 팀별 전력분석] OK저축은행 ‘시몬’ 존재감…다크호스 아닌 우승후보 OK∼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15일 06시 40분


지난 시즌 돌풍을 일으켰던 ‘다크호스’ OK저축은행이 올 시즌을 더 기대케 하고 있다. 특히 센터출신 외국인선수 시몬은 속공은 물론 라이트 공격까지 갖췄다.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가운데)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 @minani84
지난 시즌 돌풍을 일으켰던 ‘다크호스’ OK저축은행이 올 시즌을 더 기대케 하고 있다. 특히 센터출신 외국인선수 시몬은 속공은 물론 라이트 공격까지 갖췄다.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가운데)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 @minani84
5. 열정·패기·투혼의 젊은 팀 OK저축은행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많은 팀의 감독들이 OK저축은행과의 연습경기를 원했다. 지난 시즌 신생팀으로서 큰 가능성을 보였고 이번 시즌에는 선수들의 성장세나 전력구성상 다크호스라는 점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속내는 로버트랜디 시몬이라는 새 외국인선수의 기량을 확인하고픈 속내가 겹쳐 더 인기가 높았다. 그동안 외국인선수들 대부분이 라이트나 레프트에서 타점 높은 강타를 때려왔다. 제7구단은 OK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꾼 뒤 현역 세계 최고의 센터를 데려왔다. 김세진 감독은 그 선수를 라이트로 쓰겠다고 했다. 어떻게 활용할지가 더 궁금했다. ‘열정 패기 투혼’이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오는 경기도 용인 OK저축은행의 훈련장은 뜨거움과 여유가 넘쳤다. 확실히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이다. 막내 티는 사라졌다. “팀 분위기는 우리가 최고다. 나도 그렇지만 젊은 선수들이 여유를 가지면 우리는 더 무서울 것”이라고 김 감독은 말했다.

206cm 장신에 높은 타점과 짧고 빠른 스윙
속공·백어택·2단공격 등 다재다능 에이스

세터 이민규 확실한 득점루트 키플레이어로
젊고 패기있는 선수층 장점…경험부족 단점

● 질풍노도의 2013∼2014시즌

1년 전 신생팀 러시앤캐시는 질풍노도의 시간을 겪었다. 김 감독은 “어떻게 했는지 그때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신이 없었던 시즌 준비였다. 4월9일 팀 창단을 선언한 뒤 6개월 만에 선수를 뽑아 시즌에 들어갔다. 모든 선수가 다 모여서 훈련한 기간은 딱 14일이었다. 삼성화재와 한차례 연습경기를 하고 시즌에 들어갔다. 이번 시즌에는 4차례 연습경기를 치른 뒤 리그일정을 소화한다.

신생팀은 열정과 패기만 있었다. 빈틈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속절없는 6연패를 했다. 임철균 사무국장이 먼저 ‘정신무장용’ 삭발을 했다. 최윤 구단주도 “10연패를 하면 나를 포함해 단체로 머리를 자르겠다”고 공언했던 터였다.

11월2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전에서 희망을 봤다. 0-3 패배였지만 3세트 듀스가 계기였다. 쉽게 허물어질 줄 알았던 어린 선수들은 넘어질 듯 하면서 잘 버텼다. 결국 세계 배구역사에 남을 54-56 스코어를 만들었다. 졌지만 긴박한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스스로 허물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날 경기부터 선수끼리 의지하고 신뢰하는 것이 보였다. 치열하게 상대와 점수를 내는 공방을 할 수 있겠다”고 김 감독은 생각했다. 7연패를 한 다음날 선수들은 경기도 청평으로 갔다. 강으로 뛰어들었다. 김 감독이 앞장서서 번지점프를 했다. 모든 선수가 뒤따랐다. 벌이 아니었다. 개인이 팀으로 뭉치는 이벤트였다. 이후 러시앤캐시는 이전과는 다른 팀으로 확 변했다.

● 과감한 투자로 우승후보가 된 2014∼2015시즌

많은 상대 팀들이 이번 시즌 우승후보로 OK저축은행을 꼽는다. 지난 시즌 6위를 했던 김 감독은 “이때쯤 나오는 감독들의 엄살”이라며 “젊기는 하지만 아직은 우리 선수들의 경험이 없다”고 평가했다. “패기는 있지만 꾸준하지 않다.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의 실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감독은 세트 때마다 우리가 몇 점을 내고 몇 점을 내줄 것인지 먼저 계산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범실이다. 삼성화재의 세트 당 범실은 5점으로 본다. 현대캐피탈 대한항공은 6점 정도다. 우리는 7∼8점을 쉽게 준다. 이 실점을 줄여야 강팀이다.”

훈련장 분위기는 다른 팀보다 훨씬 활동적이다. 훈련도중 서로를 격려하는 큰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훈련 템포도 전개도 빠르다. 시스템 훈련에 앞서 많은 체력훈련을 했다. 김 감독이 가장 자랑하는 부분이다. 제주도 전지훈련 때 모래밭에서 하체를 강화했다. 한라산도 2번이나 올랐다. 성판악∼백록담∼관음사로 이어지는 코스를 2시간40분 만에 주파했다. 시몬도 4시간 안에 들어왔다.

OK저축은행은 훈련이 많은 팀이다. 최근 뽑은 신인 가운데 한 명은 딱 하루 훈련 뒤 배구를 포기했을 정도다. 훈련은 오전 오후 야간 하루 3차례다. 야간에는 연결과 2단 토스 훈련이 많다. 다른 팀과는 달리 훈련 시작 때 서브를 넣는다. 집중력이 높을 때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김 감독은 “이번 시즌은 어느 해보다도 서브와 리시브가 팀의 성적을 좌우할 것”이라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 기량보다는 사람을 먼저 보고 뽑았다는 시몬

시몬의 영입이 발표됐을 때 사람들은 몸값에서 먼저 충격을 받았다. 김 감독은 “다른 팀의 선수와 비교하면 그리 많이 준 것도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연습경기 때 시몬을 상대했던 삼성화재의 고희진은 “우리끼리 농구를 하는데 마이클 조던이 온 꼴”이라고 말했다. 그날 시몬은 4세트 동안 8개의 서브에이스를 기록했다. 높은 타점과 짧고 빠른 스윙으로 속공은 물론 라이트에서 큰 공격도 한다. 백어택도 2단공격도 가능하다. 206cm의 장신에 팔이 길어 체감 높이는 더하다. 대한항공도 연습경기 때 시몬의 짧고 빠른 스윙이 다른 외국인선수와 달라 블로킹에 애를 먹었다. 이번 시즌 태풍의 눈이 될 조짐이다.

김 감독은 “기량보다는 사람을 먼저 보고 뽑았다”고 했다. “뭐든지 하겠다는 자세가 좋다. 훈련 때 가장 먼저 팀의 구호인 ‘앞으로’를 외치고 동료들의 이름을 부르며 격려한다. 인사성도 밝고 잘 어울린다. 수비훈련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흡족한 표정이다. 지난 시즌 팀의 경기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열심히 보며 연구를 하던 시몬은 “현대캐피탈 대한항공은 까다롭지만 삼성의 레오는 내가 열심히 막아주면 이길 수 있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대한항공 마이클과 “이번 시즌 레오의 독주를 꼭 막아내겠다”는 도원결의도 했다는 후문이다.

● 키 플레이어는 역시 이민규

그래도 김세진 감독은 시몬이 아닌 세터 이민규에게 팀의 운명이 걸렸다고 본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다. 이민규가 삼성화재처럼 단순하고 확실한 득점루트를 가져주기를 원한다. 대표팀 차출로 오래 동안 팀을 비워 기존선수는 물론 시몬과 호흡을 맞추는 시간도 필요하다.

김 감독은 훈련 때 실수가 나오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모든 공격수들이 이민규에게 자신이 원하는 토스를 구체적으로 말해 디테일에서 더 완벽해지기를 원한다. 김 감독은 “이민규가 좋고 빠른 세터인 것은 확실하지만 어려울 때 팀을 이끌어 가는 리더의 역할은 다른 팀 베테랑 세터와 비교하면 떨어진다. 스스로 배구를 복잡하게 생각해서 고민하면 팀도 흔들릴 것”이라며 토스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레프트는 빠른 공격의 송명근과 리시브가 좋은 송희채가 버텨 안정적이다. 송명근에게는 세트마다 기복 없이 해줄 수 있는 평균점수를 원했다. 불안한 구석은 김홍정이 빠진 센터 자리다. 군에서 복귀한 한상길이 대신 하겠지만 블로킹 높이에서 약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몬과 같이 움직일 것이다. 또 다른 센터 김규민은 신인 박원빈과 번갈아가며 투입된다. 박원빈은 무릎 상태가 좋지 못해 많은 훈련을 못했다. 김 감독은 “선수의 장래를 생각해 이번 시즌 무리를 시키지는 않겠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좌우의 균형이 잡혔고 세터도 상대가 부러워할 만한 전력이다. 지난해 어린 후배들을 잘 다독였던 주장 김홍정의 역할은 올해 강영준이 맡았다. 고비는 1∼2라운드다. 초반 바람을 타면 젊은 선수들이라 더 탄력을 받겠지만 반대경우도 있다. 김 감독은 “상대 팀들이 우승후보라고 하는데 좋은 의미의 자극제가 되면 좋겠다. 아니면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기세를 타면 무섭겠지만 반대로 경험부족으로 우왕좌왕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계했다.


용인|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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