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국감서 호통 들은 기업인, 法개정 늦어져 투자시기 놓친게 그들 탓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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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 기다려 14분 호통

강유현·산업부
강유현·산업부
13일 오후 10시 32분.

김명환 GS칼텍스 부사장과 윤장효 SK종합화학 전무를 상대로 국정감사 증인심문이 시작됐다. 김 부사장은 국감장에 도착한 지 6시간, 윤 전무는 7시간 만이었다.

두 업체에 증인 출석을 요구한 김동철 산업통상자원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김 부사장에게 이미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이 통과됐는데 왜 파라자일렌(PX) 공장을 건설하지 않는지 물었다. 김 부사장은 “올 초 시황이 너무 나빠졌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외촉법 개정이 안 돼서 투자 못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냐”며 확인하듯 되물었고 김 부사장은 “(법 개정이 빨리 돼) 빨리 투자했으면 투자 회수율이 높았을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2012년 일본 JX에너지와의 합작 PX 공장을 착공한 SK종합화학 사례를 들며 “(외촉법) 개정 전에 착공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사정은 이랬다. 2012년 GS그룹 손자회사 GS칼텍스는 일본 쇼와셀, 타이요오일과 연간 생산 100만 t 규모의 PX 공장을 짓기로 했다. 그러나 지주회사의 경우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주식을 100% 가져야 증손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는 외촉법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GS칼텍스는 합작사로부터 원료를 공급받기로 했기 때문에 합작이 절실했다. 이에 정부와 업계가 손자회사 지분을 ‘50% 이상’으로 낮춰 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야당이 “대기업 경제력 집중을 부추긴다”고 반대했다. 그러다 결국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11시 55분에야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GS칼텍스는 투자 시기를 이미 놓친 뒤였다. PX는 폴리에스터와 페트병의 원료다. 지난해부터 중국 경기 회복이 지지부진하면서 PX 수요는 줄어든 반면 경쟁자는 늘었다. PX 가격은 작년 9월 t당 평균 1489달러에서 지난달 평균 1262달러까지 급락했다.

PX 공장은 1조 원짜리 프로젝트다. 사업이 잘될 것이라는 확신 없이 선뜻 1조 원을 투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박완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한 치 앞(시황 전망)도 모르면서 법까지 바꿔서 힘을 보태달라고 한 것이냐”고 다그쳤다. 결국 “이른 시일 내에 투자가 되도록 적극 협조해 달라”는 이채익 의원(새누리당)의 말로 14분간의 증인심문이 끝났고 증인은 돌아갔다.

기업 입장에서도 부지를 닦아만 놓고 공장을 올리지 못하는 것이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초래한 정치권에서 “법 통과시켜줬는데 왜 투자를 안하느냐”며 뒤늦게 질타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강유현·산업부 yhkang@donga.com
#국정감사#국정감사 증인심문#김명환#윤장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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