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만세… 주스 누르고 첫 음료1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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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 20년만에 ‘물 만난 生水시장’

生水시장 급성장
《 주부 김영주 씨(34)는 최근 생수 구입량을 2배로 늘렸다. 그동안 세 식구의 1주일 생수 소비량은 5∼6통(2L 기준)이었으나 최근에는 생수 구입량이 10∼12통으로 늘어난 것이다. 생수 소비가 늘어난 것은 주스나 탄산음료 등 그동안 마시던 음료를 끊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주스나 탄산음료를 마시면서 당 섭취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며 “건강을 생각하자는 취지로 음료를 모두 생수로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

현재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수 브랜드는 국내외 합쳐 약 50개로 추산된다. 199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먹는 물이 상품으로 시판된 이후 20년 만에 생수는 주스나 탄산음료를 압도하는 ‘히트 상품’이 됐다. ‘생수’가 제대로 물을 만난 격이다.

○ 대형마트 생수점유율 4년새 15.7 → 23.2%

14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음료 매출 중 생수(탄산수 포함)의 비중은 23.2%로 탄산음료(20.8%)와 주스 등 과즙음료(20.3%)를 누르고 전체 음료 구성비로는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4년 전인 2010년만 해도 생수의 비중은 15.7%로 과즙음료 비중(29.5%)의 절반 수준이었다. 윤지벽 롯데마트 음료담당자(MD)는 “건강을 생각하는 여성이나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생수 매출이 급상승 중”이라며 “특히 1.5L 기준으로 1000원 이상 하는 고급 생수 제품의 매출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역시 올 들어 이달 13일까지 생수 매출 비중은 62.7%로 과즙음료 매출 비중(37.3%)을 압도했다.

생수의 수입량 역시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2년 전 899만 달러(약 95억6985만 원)였던 국내 생수 수입량은 지난해 말 2477만 달러(약 263억6766만 원)를 기록해 약 2.8배로 늘어났다. 관세청 측은 그동안 에비앙 등 프랑스 생수 위주로 수입되던 것이 지난해부터는 중국산 생수가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전체적으로 수입량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생수시장 규모는 5429억 원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올해 6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 국내 생수시장 보고서를 낸 엄인용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기술동향분석팀 연구원은 “유명 식품업체 및 생수 제조회사들이 새로운 제품을 내놓거나 기존 제품을 새롭게 바꾸고 있고 건강한 식음료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등 앞으로도 생수시장은 높은 성장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생수의 인기는 사회적인 변화가 낳은 것

전문가들은 생수의 인기를 사회·기후 변화에 따라 나타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여준상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소비자들의 식습관이 건강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며 “여기에 고온다습한 아열대 기후로 바뀐 것도 물 소비량이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1인 가구의 증가, 핵가족화 등 가족의 규모가 작아지면서 ‘끓여 먹는’ 수고 대신 간편하게 사먹는 방식으로 바뀐 것도 생수시장의 성장 이유로 꼽힌다.

생수가 ‘돈’이 되는 상품으로 인식되면서 업체들도 분주해졌다. 커피나 탄산음료에 집중하던 업체들도 최근 생수 브랜드를 새롭게 바꾸거나 공장을 증축하는 등 생수시장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농심은 2000억 원을 들여 백두산 이도백하에 생수 ‘백산수’ 생산 공장 증설 계획을 밝혔다. 롯데칠성도 생수 계열사 백학음료에 130억 원을 투자해 경기 연천공장 내 생수 생산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그동안 생수 홍보를 거의 하지 않던 남양유업도 최근 제품 ‘천연수’를 내세워 2년 안에 500억 원의 매출을 내겠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최근 ‘석수’의 제품 디자인을 33년 만에 바꿨다.

김성모 mo@donga.com·김범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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