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조각배에 올라탄 듯한 달콤한 멜로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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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 앨범 ‘동물’낸 이색 4인조 그룹 ‘단편선과 선원들’

4인조 밴드 ‘단편선과 선원들’. 왼쪽부터 최우영(베이스기타), 권지영(바이올린), 장도혁(퍼커션), 단편선(노래, 기타). 이들 중 세 명이 남자다. 단편선과 선원들 제공
4인조 밴드 ‘단편선과 선원들’. 왼쪽부터 최우영(베이스기타), 권지영(바이올린), 장도혁(퍼커션), 단편선(노래, 기타). 이들 중 세 명이 남자다. 단편선과 선원들 제공
박종윤(28)이란 음악가가 있다. 예명은 ‘회기동 단편선’(단편선), 별명은 ‘홍대 아이유’다.

서울 서교동 일대에서 남자다운 외모에 삼단 같은 긴 머리를 휘날리며 가끔 여장도 하는 그는 독특한 외양과 예명으로 어딜 가나 튄다. 예명은 동대문구 회기동에 있는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재학 시절, 안톤 체호프(1860∼1904)의 단편선을 좋아한단 이유로 지었다. 별명은 2012년 인디 뮤지션들의 기획 공연 ‘홍대 아이유 결정전’에 드레스를 입고 나간 뒤 극악의 비주얼이 화제가 되며 붙여진 것인데, 그의 음악은 아이유와 닮지도 않았다. 단편선이 결성한 4인조 밴드 ‘단편선과 선원들’이 최근 낸 1집 ‘동물’은 꼬리가 아홉 개 달린 굶주린 동물 같다. 강렬하지만 멜로디가 의외로 친근하고 중독적이어서 아이돌 음악과도 겨뤄볼 만하다. ‘동물’의 강렬함은 전자음 대신 들어선 어쿠스틱 악기에 의해 발생한다. 둘째 곡 ‘노란방’의 마지막 1분 30초는 공포영화의 클라이맥스를 방불케 한다. ‘사람답게 사는 사람답게 사는 사람답게 사는…’을 반복하는 제창 위로 통기타(단편선)와 퍼커션(장도혁), 베이스기타(최우영)가 톱니바퀴처럼 철컹철컹 맞물리고 바이올린(권지영)이 금속 문을 긁듯 신경질적인 고음으로 몸부림친다. 전기기타가 없어서 더 전기적이다. 단편선은 “전기적 증폭에 의한 음향 연장(延長)이 없는 어쿠스틱 악기는 음의 공간에 점을 찍는데, 그 빈 공간에서 특유의 뉘앙스가 생긴다”고 했다.

통기타 주도의 헤비메탈 같은 ‘노란방’ ‘공’ ‘순’이 전부는 아니다. ‘동행’ ‘소독차’ ‘황무지’ ‘우리는’은 한대수, 정태춘의 포크 음악을 사랑하는 이도 빠져들 만큼 감성적이다. 단편선은 “샤이니의 안무와 맞설 정도의 실력을 갖추면 TV 가요 프로그램에 안 나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단편선(短篇選) 책장을 뒤지다 신비로운 조각배(斷片船)에 올라탄 것처럼 달콤한 멀미를 선사하는 이들의 공연을 다음 달 15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 문래레코드에서 볼 수 있다. ‘동물’ 두근두근 지수 ♥♥♥♥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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