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슈베르트의 같은 교향곡, 음반마다 번호 왜 다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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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사진)의 교향곡 C장조 ‘더 그레이트’의 새로운 음반이 있는지 찾아봅니다. 9번 교향곡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떤 음반에는 교향곡 8번 또는 7번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 곡보다 앞서는 ‘미완성 교향곡’도 8번 또는 7번으로 서로 다르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왜 이럴까요?

슈베르트는 생전에 교향곡을 모두 여섯 곡 발표했습니다. 그가 죽고 10년 만인 1838년, 작곡가 슈만이 슈베르트의 ‘새로운’ C장조 악보를 처음 발견했습니다. 이 곡은 슈베르트의 일곱 번째 교향곡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1865년, 슈베르트의 교향곡 또 하나가 발견되었습니다. 두 악장만 완성된, ‘미완성 교향곡’이라고 불리는 작품이죠. 쓰인 순서로 보자면 C장조 교향곡보다 앞선 작품이었지만 ‘7번’이 이미 있었으므로 ‘8번’ 교향곡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 뒤 새로운 논란거리가 떠올랐습니다. 슈베르트에게는 스케치 상태로 남아있는 E장조 교향곡도 있었습니다. 이 곡에 몇 번을 부여할 것인지가 문제였습니다. “쓴 순서에 따라 스케치뿐인 E장조 교향곡을 7번, B단조 ‘미완성’ 교향곡을 8번, C장조 교향곡을 9번으로 부른다”는 합의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C장조 교향곡에 대해 처음 받은 번호인 7번을 고집하는 음악학자와 음반사, 오케스트라가 있습니다. 음악학자 도이치가 정리한 목록에 따라 이 곡을 8번으로 부르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미완성 교향곡’ 역시 7번 또는 8번으로 표기가 엇갈립니다.

비슷한 혼선이 체코의 드보르자크에게도 있습니다. 드보르자크의 작품은 출판사들이 임의의 순서로 출판했고 여러 작품을 누락시켰습니다. 이 때문에 20세기 중반까지도 각각 1, 2, 3, 4, 5번으로 불렸던 교향곡들이 오늘날엔 음악학자들의 합의에 따라 6, 7, 5, 8, 9번으로 불립니다. 유명한 ‘신세계에서’ 교향곡도 ‘5번’에서 ‘9번’으로 번호를 바꾸었습니다.

서울시향은 24일 토마스 체에트마이어 지휘로 슈베르트의 마지막 교향곡인 ‘더 그레이트’를 연주합니다. 밝고 즐거운 곡이지만 이 곡이 겪은 오랜 망각과 혼선을 상기해보면 예전과는 다르게 들릴 듯합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슈베르트#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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