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예술이 된 ‘융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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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소사이어티’ 전

김기라의 ‘Demonized Script’. 갖가지 악마의 이미지를 음습한 음향과 함께 양껏 보여준다. 대안공간루프 제공
김기라의 ‘Demonized Script’. 갖가지 악마의 이미지를 음습한 음향과 함께 양껏 보여준다. 대안공간루프 제공
융합. 하이브리드(hybrid). 뜨거운 동시에 식상한 주제다. 다음 달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드림소사이어티’전은 솔직하게 그 식상해진 뜨거움을 고백한다. 미지수 X의 융합이라는 뜻에서 ‘Xbrid’를 주제로 내밀었지만 작가들은 크게 구애받지 않은 듯하다. 결과는 나쁘지 않다.

도입부에서 눈길을 끄는 건 김기라의 영상 설치작업 ‘Demonized Script(악마화 각본)’다. 영사기 3대를 조금씩 맞물리도록 틀어놓고 세상 곳곳 악마의 이미지를 엮어 보여준다. 등 뒤로는 신음, 단두대, 흐느낌이 뒤섞인 것이라 짐작되는 음향이 울려온다. 작가는 ‘편집’만 했을 뿐이다. 예술일까 아닐까.

스페인 작가 파블로 발부에나의 ‘Para-Site(3개의 좌대)’는 영상 설치를 사용해 현실 공간을 왜곡한다. 빛을 반사하는 물질의 성질을 감안해 섬세하게 프로그래밍한 영상을 비춰 딱딱한 공간이 저절로 확장하고 줄어들고 변형하는 듯한 상황을 구현한다.

건축가 김찬중의 ‘Post-Archigram: Biological City(신아키그램: 생물학적 도시)’는 허무할 정도로 간단한 아이디어의 설치작품이다. 울퉁불퉁 비정형의 굴곡을 가진 공간 모형 사이로 카메라를 장착한 무선조종 자동차가 움직인다. 건축물 모형 속을 실제 들어가 움직일 때 경험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 예술일까. 3000∼5000원. 02-3141-1377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드림소사이어티#융합#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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