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 하이브리드(hybrid). 뜨거운 동시에 식상한 주제다. 다음 달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드림소사이어티’전은 솔직하게 그 식상해진 뜨거움을 고백한다. 미지수 X의 융합이라는 뜻에서 ‘Xbrid’를 주제로 내밀었지만 작가들은 크게 구애받지 않은 듯하다. 결과는 나쁘지 않다.
도입부에서 눈길을 끄는 건 김기라의 영상 설치작업 ‘Demonized Script(악마화 각본)’다. 영사기 3대를 조금씩 맞물리도록 틀어놓고 세상 곳곳 악마의 이미지를 엮어 보여준다. 등 뒤로는 신음, 단두대, 흐느낌이 뒤섞인 것이라 짐작되는 음향이 울려온다. 작가는 ‘편집’만 했을 뿐이다. 예술일까 아닐까.
스페인 작가 파블로 발부에나의 ‘Para-Site(3개의 좌대)’는 영상 설치를 사용해 현실 공간을 왜곡한다. 빛을 반사하는 물질의 성질을 감안해 섬세하게 프로그래밍한 영상을 비춰 딱딱한 공간이 저절로 확장하고 줄어들고 변형하는 듯한 상황을 구현한다.
건축가 김찬중의 ‘Post-Archigram: Biological City(신아키그램: 생물학적 도시)’는 허무할 정도로 간단한 아이디어의 설치작품이다. 울퉁불퉁 비정형의 굴곡을 가진 공간 모형 사이로 카메라를 장착한 무선조종 자동차가 움직인다. 건축물 모형 속을 실제 들어가 움직일 때 경험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 예술일까. 3000∼5000원. 02-3141-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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