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모비스 유재학 감독(51)은 청와대에 얽힌 오랜 추억이 있다. 34년 전인 1980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와대 부근 경복고 2학년이던 유 감독은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선수권에 전창진, 한기범 등과 출전했다. 당시 남자팀은 6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해 16개국 중 7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동반 출전한 여자팀이 김화순 박양계 등의 활약으로 적성국이던 중공을 꺾고 4연패에 성공하면서 귀국 후 덩달아 청와대의 초청까지 받았다. 여자팀의 우승에 전두환 대통령이 축전을 보냈다는 뉴스가 본보 1면에 실리던 시절이었다. 한국 스포츠의 국제 경쟁력이 약했고 군사 정권 치하의 국위 선양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유 감독은 “여자팀 덕분에 난생처음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등 칙사 대접을 받았다. 청와대 식사 자리에서 맞은편에 대통령이 앉아 있었고 내 옆에는 영부인이 앉았다”고 회고했다.
유 감독은 2년 후 1982년 필리핀 마닐라 아시아청소년선수권에서는 허재, 임달식 등과 3위를 차지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다.
어느덧 50대에 접어든 유 감독은 13일 고교 시절의 기억이 남아 있던 청와대를 다시 예방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천 아시아경기에 참가했던 대표 선수단과 관계자를 불러 오찬을 함께하는 자리였다. 유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남자 농구가 12년 만에 금메달을 따는 데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했다. 20명 남짓한 인원이 참석했던 고교 시절 청와대 방문과 달리 이날 행사는 참석자가 500명도 넘는 대규모였다. 예선 탈락하고 얼떨결에 찾았던 청와대를 금메달 지도자로 다시 찾은 유 감독의 잊지 못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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