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亞 7위 하고도 초청받은 청와대… 34년 뒤 우승감독으로 다시 찾은 유재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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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선수권 여자 우승해 동반참석… 2년 뒤엔 3위 차지해 병역면제

청소년 대표 시절의 유재학 모비스 감독(왼쪽)과 친구인 전창진 KT 감독. 동아일보DB
청소년 대표 시절의 유재학 모비스 감독(왼쪽)과 친구인 전창진 KT 감독. 동아일보DB
프로농구 모비스 유재학 감독(51)은 청와대에 얽힌 오랜 추억이 있다. 34년 전인 1980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와대 부근 경복고 2학년이던 유 감독은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선수권에 전창진, 한기범 등과 출전했다. 당시 남자팀은 6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해 16개국 중 7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동반 출전한 여자팀이 김화순 박양계 등의 활약으로 적성국이던 중공을 꺾고 4연패에 성공하면서 귀국 후 덩달아 청와대의 초청까지 받았다. 여자팀의 우승에 전두환 대통령이 축전을 보냈다는 뉴스가 본보 1면에 실리던 시절이었다. 한국 스포츠의 국제 경쟁력이 약했고 군사 정권 치하의 국위 선양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유 감독은 “여자팀 덕분에 난생처음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등 칙사 대접을 받았다. 청와대 식사 자리에서 맞은편에 대통령이 앉아 있었고 내 옆에는 영부인이 앉았다”고 회고했다.

유 감독은 2년 후 1982년 필리핀 마닐라 아시아청소년선수권에서는 허재, 임달식 등과 3위를 차지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다.

어느덧 50대에 접어든 유 감독은 13일 고교 시절의 기억이 남아 있던 청와대를 다시 예방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천 아시아경기에 참가했던 대표 선수단과 관계자를 불러 오찬을 함께하는 자리였다. 유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남자 농구가 12년 만에 금메달을 따는 데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했다. 20명 남짓한 인원이 참석했던 고교 시절 청와대 방문과 달리 이날 행사는 참석자가 500명도 넘는 대규모였다. 예선 탈락하고 얼떨결에 찾았던 청와대를 금메달 지도자로 다시 찾은 유 감독의 잊지 못할 하루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유재학#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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