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문 열리니 ‘배상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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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개막전 프라이스오픈 우승… 보디치 막판 추격 2타차 따돌려
1년 5개월 만에 두번째 정상

“캐디를 왜 바꾸노? 그냥 니가 몬 치는 기다.”

아들 배상문(28·캘러웨이)이 열 살 때부터 그의 코치 겸 캐디를 자청했던 어머니 시옥희 씨(58)는 새 시즌을 앞두고 ‘캐디와 잘 안 맞는 것 같다’는 아들의 투정을 단칼에 잘랐다. 2011년 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출전권을 확보한 배상문은 지난해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메이저 우승 같은 목표는 아직 이르지만 한국과 일본에서처럼 두 번째 우승은 빨리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시즌이 통째로 지나가도록 기다림은 끝나지 않았다. 최경주(44·SK텔레콤)는 PGA투어 첫 승 이후 넉 달 만에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양용은(42)은 석 달 만이었다. 이들보다 어린 나이에 PGA 첫 승을 신고한 아들로서는 조바심이 날 만도 했다.

시 씨는 “맷 미니스터 캐디가 상문이하고 띠 동갑인데 참 무던한 분이다. 상문이는 (스코어가) 날 때 ‘팍’ 나고, 못 칠 때는 하나도 못 치는 애라 그런 캐디가 잘 맞는다”며 “‘일단 너부터 정신 차리고 똑바로 치라’고 했다”고 전했다. 어머니 말이 맞았다. 배상문은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내파의 실버라도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프라이스닷컴 오픈에서 최종 15언더파 273타로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108만 달러(약 11억6000만 원). 1년 5개월 만에 생애 두 번째 PGA투어 우승컵을 차지한 것. 배상문은 “정말 기쁘다. (2014∼2015) 시즌 개막전부터 우승해 올해는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3라운드까지 4타 차 선두였던 배상문은 이날 13, 14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하며 2타 차까지 쫓겼다. 최종 스코어도 2위 스티븐 보디치(호주)에게 2타 차 앞선 우승이었다. 배상문은 “마지막에 조금 긴장했다. 이번 대회 코스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 씨는 “미국에는 아직 경기를 못 해본 골프장이 많아 낯설어 할 때가 있다. 시간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경기 없을 때 한국에 들어오면 여기 저기 찾아다니며 부족한 점을 묻고 다니더라. 부족함을 채우는 것 역시 경험이 준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이번 대회 때 보니까 퍼팅 라인 읽는 게 많이 좋아졌다”고 평했다. 그뿐만 아니다. 드라이버를 ‘캘러웨이 빅버사 베타’로 바꾸면서 비거리가 평균 10.9야드 늘었고, 그린 적중률도 75%로 오르는 등 아이언샷도 돋보였다.

시 씨는 “이제 내가 체력이 달려서 예전처럼 뒷바라지를 하기 힘든데 첫 판부터 우승해 기분이 딱 좋다. 올해 두 번은 더 우승할 것 같다”며 웃었다. 아들 역시 같은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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