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의 엉뚱한 초강수… 법조계 “감청 거부땐 안전위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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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국정감사]다음카카오 “영장 불응” 파문
국감서도 사이버 사찰 논란 커지자… ‘고객 달래기’ 실정법 위반 무리수

13일 사실상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를 법 위에 두겠다’라는 취지의 공격적인 발언을 한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에 대해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회사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방증이지만 국내 대표적 기업 대표가 실정법을 위반하겠다고 나선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국감장 뜨거운 이슈 카카오톡

이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미래창조과학부 국감에서 카카오톡 검열 논란에 대해 주무 부처인 미래부가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누리꾼 사이에서 감청과 사찰 공포로 ‘국민 감시 공화국’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이런 상황(검열 논란)이 국내 기업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아주 잘 살피고 있다.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 국감에서는 임수경 새정치연합 의원이 “카톡 압수수색은 대화 상대방의 전화번호, 대화 일시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민간인 사찰’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 다음카카오의 초강수 배경

이 대표의 기자회견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기자들에게 공지된 지 1시간 반 뒤였다. 국회에서의 논란을 더 방치했다가는 카카오톡이 개인 프라이버시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급격히 확산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 대표는 “보안을 철저히 하고 관련 법을 그대로 따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용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착각했다”며 “감청 요구에 불응한 책임은 대표이사인 내가 지겠다”고 말했다.

최근 상황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카카오에 실망한 가입자 중 이미 100만 명 이상이 해외 메신저로 옮겨갔다.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하자 다음카카오 주가도 1일 16만6500원에서 13일 12만8400원으로 22.9%나 떨어졌다.

다음카카오는 감청 영장에 무조건 불응하는 것과 동시에 일반적인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하는 방안을 만들기로 했다. 감청 영장은 실시간 교신기록에 관한 것이고 압수수색은 대화 내용까지 확보할 수 있다. 이 대표가 “7일부터 감청 영장에 대해 집행하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 이 기간 다음카카오에 대한 감청 영장이 발부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 구글코리아 등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이 소속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도 이와 관련한 공동 대응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성진 인기협 사무국장은 “다음카카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협회 차원에서 대응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법조계 “심각한 상황 우려”

감청 영장은 매우 특수한 경우에만 발부된다. 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사망)을 추적하고 수사할 때도 감청 영장이 발부되지 않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감청 영장 발부는 내란·외환의 죄, 국가보안법 위반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규정된 일부 혐의와 납치나 유괴 등 시급한 사건과 관련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감청 영장 발부에 불응한다는 것은 국가안보 등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다음카카오가 감청 영장 집행을 거부할 경우 영장 집행이 서버 압수 등 강제성을 띠게 되고 관련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이 대표가 수사기관의 감청 영장에 불응하면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에 대한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해져 있다. 다만 공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했을 때로만 제한되기 때문에 ‘단순 불응’은 이 혐의를 적용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손영일 기자
#카카오톡#다음#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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