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ML 가을사나이] 콜튼 웡, 팀을 구한 ‘끝내기 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14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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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CS 샌프란시스코전 1승1패로 원점
2년 전 ‘WS 좌절’ 악몽 말끔히 씻어내
올해 PS 안타 3개 중 2개가 ‘결승 홈런’

팬들의 뇌리에 쉽게 잊혀지지 않을 명승부가 펼쳐졌다. 중국계 하와이 출신으로 키 175cm의 단신인 콜튼 웡(24)이 난파선 신세로 전락할 뻔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극적으로 구해냈다.

13일(한국시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2차전이 열린 부시스타디움. 시속 161km의 강속구를 던지는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투수 트레버 로젠탈이 컨트롤 난조를 보이며 1점 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4-4로 동점이 되자 홈 팬들은 ‘멘붕’ 상태에 빠졌다. 2년 전 NLCS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맞아 3승1패의 리드를 날리고 3연속경기 패배를 당해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더욱이 간판스타 야디에르 몰리나가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하며 물러난 터라 불길한 기운이 부시스타디움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팬들의 우려는 오래가지 않았다. 9회말 선두타자로 등장한 웡이 서지오 로모의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우측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자칫 홈에서 2연패를 당할 위기에서 팀을 구해낸 웡은 1년 전 악몽을 말끔하게 씻을 수 있게 됐다.

2013년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마이크 매서니 감독은 2-4로 뒤진 9회말 1사후 앨런 크레이그가 안타로 출루하자 웡을 대주자로 기용했다. 맷 카펜터가 2루수 플라이로 물러나 2아웃이 된 상태에서 카를로스 벨트란이 타석에 들어섰다. ‘포스트시즌의 사나이’라는 별칭을 지닌 벨트란이 극적인 동점 투런홈런을 터뜨려 주기를 기대하던 수많은 팬들의 염원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됐다. 보스턴 레드삭스 마무리 우헤하라 고지의 견제에 걸려 웡이 1루에서 비명횡사한 것. 월드시리즈 역사상 견제사로 경기가 마무리된 최초의 순간이었다. 결국 카디널스가 2승4패로 시리즈를 패하자 역적으로 몰린 웡은 원색적인 인종차별 발언에 시달리기도 했다.

2011년 월드시리즈 MVP(최우수선수) 데이빗 프리즈가 팀을 떠나자 매서니 감독은 맷 카펜터를 3루수로 돌리고 웡을 주전 2루수로 기용했다. 시즌 초반에는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부진의 늪에 빠져 트리플A로 강등되기도 했다. 다시 빅리그로 복귀한 웡은 5월에 들어 타율 0.333을 기록했고, 단 한 개의 실책도 저지르지 않으며 ‘이달의 신인왕’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생애 첫 홈런은 6월3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 나왔다. 상대 에이스 제임스 실즈를 상대로 그랜드슬램을 터뜨렸다. 7월9일 열린 디비전 라이벌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서는 NLCS 2차전과 마찬가지로 4-4 균형을 깨는 끝내기 홈런을 때렸다. 루키 시즌인 올해 성적은 113경기에 출전해 0.249, 12홈런, 42타점, 52득점, 20도루를 기록했다.

플레이오프에 들어 웡의 두둑한 배짱은 LA 다저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이미 입증됐다. 류현진이 선발로 출격한 3차전에서 웡은 7회초 다저스의 두 번째 투수 스캇 앨버트로부터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결승 투런홈런을 터뜨려 팀의 3-1 승리에 앞장섰다. 포스트시즌 타율은 0.176에 불과하지만 3개의 안타 중 2개가 팀의 승리를 이끄는 결승홈런으로 장식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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