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호갱’ 만드는 단통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14일 06시 55분


■ 단통법 시행 2주일…혼란 극심

보조금 감소로 소비자 통신비부담 증가
신규·번호이동 감소…판매점도 된서리
제조사는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로 고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 초기 극심한 혼란을 낳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단통법 시행 이후 소비자 뿐 아니라 판매점과 단말기 제조사가 울상을 짓고 있다. 소비자들은 전체적으로 낮아진 보조금 탓에 ‘전국민 호갱(호구+고객) 만들기 법’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으며, 유통업자들은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폐업위기에 몰리고 있다. 제조업체들도 국내 판매량이 줄면서 고민에 빠졌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국감현장에선 이러한 단통법 시행 부작용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 “소비자 부담만 오히려 증가”

법 시행 후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부담이 되레 커졌다는 지적이 많다. 단통법은 소비자들을 보조금으로 차별하지 못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가계 통신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보조금이 너무 크게 줄면서 오히려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평균 40만원가량 하던 스마트폰 보조금은 법 시행 후 10∼20만원으로 떨어졌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권은희 의원(새누리당)은 13일 국정감사에서 “갤럭시S5의 경우 법 시행 이전엔 평균 20만원의 보조금이 사용됐지만, 법 시행 이후엔 8만6000원으로 60% 감소했다. 소비자들의 체감 통신비는 오히려 4.3% 늘었다”며 “단통법 시행 전·후 단말기 보조금 규모 차이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신규·번호이동 크게 줄어

크게 줄어든 보조금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시장도 함께 얼어붙었다. 기기변경·중고폰 가입자는 늘어난 반면 신규·번호이동 가입자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단통법이 시행된 1일부터 7일까지의 서비스 가입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동통신 3사의 하루 평균 가입자는 4만4500건으로 지난달(6만6900건)에 비해 33.5% 감소했다. 특히 신규 가입자는 3만3300건에서 1만4000건으로 58% 급감했고, 번호이동 가입자 역시 1만7100건에서 9100건으로 46.8% 줄었다. 반면, 기기변경 가입자는 하루 평균 1만6500건에서 29.7% 증가한 2만1400건을 기록했고, 중고폰 가입자는 4800건으로 지난달(2900건)에 비해 63.4% 늘었다. 보조금이 낮아지면서 일단 관망하려는 소비자가 많아진 결과로 분석된다.

● 휴대전화 판매점은 된서리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스마트폰 판매점은 그야말로 된서리를 맞았다. 용산전자상가 등의 판매점에는 제품을 사려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급기야 13일엔 일부 상인들이 이동통신사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제조사들의 주름살도 늘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법 시행 후 하루 스마트폰 판매량이 절반가량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스마트폰 출고가가 해외보다 국내에서 더 높다는 의혹까지 나오며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반면 중국 등 제조사들이 내놓은 중저가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트위터@kimyke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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