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8년만에… ‘신도시 억대 웃돈’ 부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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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신도시 청약 열풍… ‘반짝’일까 계속될까

단속반 뜬다는 소문에 철수한 ‘떴다방’ 13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위례자이 본보기집 앞 이동식 
중개업소(속칭 떴다방)가 설치됐던 자리에 텐트 골조와 의자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위례신도시 분양권 매매가 과열 조짐을 보여 
송파구가 단속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지자 이날 오전만 해도 잔뜩 몰렸던 떴다방 관계자들은 오후에 일제히 철수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단속반 뜬다는 소문에 철수한 ‘떴다방’ 13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위례자이 본보기집 앞 이동식 중개업소(속칭 떴다방)가 설치됐던 자리에 텐트 골조와 의자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위례신도시 분양권 매매가 과열 조짐을 보여 송파구가 단속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지자 이날 오전만 해도 잔뜩 몰렸던 떴다방 관계자들은 오후에 일제히 철수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장지동 GS건설 ‘위례자이’ 본보기집 앞. 일요일인 12일까지만 해도 분양권 전매 상담을 하는 이들로 북적이던 20여 개의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은 모두 텅 비어 있었다. 13일 오전 정부가 ‘떴다방’에 대해 일제 단속을 실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중개업소 관계자들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한 떴다방 사장은 “단속을 나오면 숨었다가 잠잠해지면 다시 나오는 ‘숨바꼭질’은 부동산 경기가 한창 좋았던 2006년 판교신도시 청약에서나 있었던 일”이라면서 “위례가 뜨겁긴 뜨거운 모양”이라고 말했다.

○ 당첨자 발표 나자 1억 원 안팎 프리미엄 형성

‘9·1부동산대책’ 이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위례신도시 등 일부 지역에서 불법 분양권 전매 등 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위례신도시의 ‘이상 과열’ 현상이 전체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청약 당첨자 발표를 한 위례자이 분양권에는 프리미엄이 1억 원 정도 붙었다. 분양권 전매는 계약일로부터 1년이 지나야 가능하지만 떴다방들이 중개를 하면서 ‘불법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12일 위례자이 본보기집 앞에서 만난 떴다방 사장에게 동아일보 기자가 고객인 것처럼 가장해 “분양권을 팔고 싶지만 불법 아니냐”라고 묻자 “팔 생각이 있으면 일단 이야기만 해라. 다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 당사자들이 계약서를 공증하고 1년 후 전매 제한이 풀릴 때 분양권 명의를 변경하는 식으로 거래를 한다는 것이다.

아파트뿐 아니라 상가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위례신도시에서 분양 예정인 대다수 상가가 ‘사전 청약’이라는 이름 아래 선(先)분양을 한다. 사전청약 단계에서도 1층 상가는 상품이 나오기가 무섭게 팔리고 있다. 위례신도시 내 ‘에이플타워’ 상가 분양 관계자는 “5월 28일 사전청약을 개시한 지 1주일 만에 1층이 ‘완판(판매완료)’됐다”며 “1층은 3000만∼5000만 원의 프리미엄까지 붙어 있다”고 말했다.

○ “위례신도시만 국지적 과열” 경고도

위례신도시에 대한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아직 온기가 돌지 않는 지역이 많은데 위례 때문에 부동산 시장 전체가 살아나는 것 같은 착시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위례자이와 같은 시점에 청약을 받은 강북 재건축 단지들은 청약자격 제한이 없는 3순위까지 접수해 간신히 모집 인원을 채운 곳이 적지 않다”며 “전체 주택 시장이 회복되려면 한참 멀었는데 위례신도시만 보고 급하게 투자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상가청약에도 돈 몰려… 1주일만에 1층 완판 ▼


위례신도시가 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 투자 1순위로 꼽히지만 ‘거품’이 끼었다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시세 차익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들이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때를 기다렸다 일제히 전매하기 시작하면 프리미엄 거품이 일시에 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분양이 곧 시작된다는 점도 위례신도시에 부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위례신도시보다 입지가 좋은 가락시영과 둔촌주공 물량이 풀리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분산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프리미엄이 붙긴 했지만 여전히 위례신도시의 투자 가치가 있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위례는 서울 강남권 인근에 대규모 신도시로 개발되는 마지막 물량인 데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가격이 저렴하다”면서 “대형 건설사가 짓기 때문에 입지, 가격, 브랜드 등 3박자에서 요즘 분양되는 아파트 가운데 으뜸이어서 위례 열풍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지 nuk@donga.com·홍수영 기자
#위례#판교#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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