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최명기 칼럼) 건재한 신파의 힘 ‘두근두근 내 인생’

  • 입력 2014년 10월 13일 10시 21분


코멘트

- 하루를 살더라도 값지게 사는 법

여전히 건재한 신파영화의 힘

삭막한 도시 생활을 하다 보면 맨 정신에 온전히 울고 웃을 때가 별로 없다. 사람들을 만나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당연히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끼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보다 분명하고 강렬한 분노, 두려움, 기쁨, 슬픔, 놀람 등의 감정을 느끼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최류탄성 신파 영화는 온전히 울 수 있게 해주는 순기능이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폴 에크먼’은 다양한 인간의 표정을 분석한 결과 ‘분노, 혐오, 두려움, 기쁨, 슬픔, 놀람’을 인간의 기본 감정으로 정의했다. 그중에서도 슬픔은 아주 강력한 정화의 힘을 가지고 있다.

속상한 일이 있을 때 한참 엉엉 울고 나면 마음이 추슬러지면서 괴로운 일에 대한 생각이 줄어들다. 이러한 이유로 최류탄성 신파영화는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사회·경제·정치적으로 어두운 시절일수록 신파가 대중들에게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우리나라가 가난하고, 힘들고, 어두웠던 시절에 성공한 영화는 대체적으로 신파영화였다. 영화뿐 아니라 음악과 문학도 그랬다.

삶의 조건을 바꾸기 어려울 때 신파영화를 통해 힘든 현실로부터 잠시나마 도피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최류탄성 신파영화는 감정의 순화에 미치는 순기능과 함께 현실 극복의 노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역기능에 주의해야 한다.


오래 살기보다 멋지게 사는 법 찾기

100세는 된 듯한 17세 소년, 아름이는 몇 달 남지 않은 자신의 삶을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나가며 멋지게 보낸다. 죽음을 앞둔 삶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우리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 영원히 살아갈 수 있는 이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마치 영원히 살 수 있는 것처럼 시간을 사용한다. 그렇게 매 순간 미루고, 매일 미루고, 매년 미루다 결국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죽는다.

그렇다고 그런 삶에 대해 개인을 탓할 수는 없다. 살아가다 보면 이런저런 걱정이 많다. 노후대비를 위해서 매일 지겹고 힘든 일을 참고 해야 한다. 나중에 안 좋은 일이 생길까봐 하고 싶은 말도 하지 못한다.

나중에 하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여행도 미룬다. 나중에 형편이 되면 사야지 하면서 사고 싶은 것도 사지 못한다. 사실 누구나 그렇다. 그렇더라도 골치 아픈 일에 얽매여 나에게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에게 나는 이렇게 묻는다.

“내일 죽는다고 해도 그 일에 매달리시겠어요?”

그러면 대부분 매달리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나는 또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내일 죽는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그럼 또 각자 마음에 담아둔 하고 싶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 그러면 나는 또 이렇게 말한다.

“지금 당장 밖에 나가서 그 일을 하세요!”

어떠한 경우라도 영원히 살아갈 것처럼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노화와 죽음에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

17살 아이가 머리가 벗겨지고 주름살투성이라면, 그것은 당연한 병이며 장애다. 그러나 여든이 넘은 노인이 나이 든 모습이라면 그건 병이 아니다. 그럼에도 희한하게 우리는 나이 드는 것을 질병처럼 여기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물론 늙는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늙어 보인다는 것은 삶의 경쟁에서 밀려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면서 몸의 여기저기가 아프고 힘들다. 늙으면 신체기능이 떨어지고, 신체기능이 떨어지다 보면 결국 죽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늙지 않고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마음은 어찌 보면 당연한 욕망이고 현실적인 바람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늙는 것의 긍정적인 측면은 간과한 채, 늙음을 너무 적대시하는 것은 아닌가.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여유도 생기고 과거의 경험을 통해 지혜도 얻고 인격적으로도 성숙할 수 있다. 그런데 나이 드는 것을 너무 거부하다 보면 여유도 생기지 않고 지혜도 얻지 못하고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상태에 머물 수 있다. 어느 정도는 나이 들어감을 세월이 주는 덕목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하다.


최명기 소장은…
정신과전문의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저서 <시네마 테라피>, <걱정도 습관이다>


글. 최명기 소장
기사제공. 엠(M)미디어(www.egihu.com) 라메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