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벽에 그림 그리면 이웃간 벽이 허물어진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광주공항 외벽에 벽화 추진
광산구 그림 그릴 자원봉사자 모집
곡성군선 군청 주변 200m 벽화

전남 곡성 주민들은 5일과 9일 자원봉사 학생, 주민 등 1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군청 주변 벽 200m에 걸쳐 웃음, 즐거움, 희망, 생명 등의 의미가 담긴 그림을 그렸다. 곡성군 제공
전남 곡성 주민들은 5일과 9일 자원봉사 학생, 주민 등 1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군청 주변 벽 200m에 걸쳐 웃음, 즐거움, 희망, 생명 등의 의미가 담긴 그림을 그렸다. 곡성군 제공
자원봉사자들이 그리는 동네 벽화가 환경 개선이라는 당초 목적을 뛰어넘어 주민 간 소통과 화합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광주 광산구 공군 제1전투비행단 장병들과 송정1동 주민들은 18일 어두운 회색 담장으로 남아있던 광주공항 외곽 담에 벽화를 그릴 계획이다. 광산구는 이 작업에 참여할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한다. 작업장 주변에서는 솜사탕 만들기, 폐현수막으로 시장바구니 만들기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열린다. 부대행사장에서 얻은 수익금은 지역사회에 기부할 예정이다.

벽화 그리기는 시민단체인 푸른광주21협의회의 ‘내 집 앞 마을가꾸기’ 사업의 하나. 공군 1전투비행단 정문에서 용보마을 입구까지 140m를 광산구 주민, 학생, 군인 등 민관군이 참여해 꾸미는 행사다. 벽화가 들어설 구간은 송정우회도로가 열리면서 통행하는 차량이 줄었다. 이 구간은 주민들의 산책로로 사랑받으며 많은 시민이 이용하지만 광주공항의 회색 콘크리트 담장이 답답하고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벽화는 공항의 잿빛 담벼락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벽화의 주제는 화합. 민관군은 세 차례 논의를 거쳐 담장벽화 초안을 마련했다. 공군 1전투비행단은 벽화 그리기에 적극적이다. 2일 벽화 그리기 사전 작업으로 담장 주변을 정리했고 10일에는 벽화의 밑바탕까지 칠했다. 송정1동 주민 임모 씨는 “벽화 그리기가 공군부대와 마을을 끈끈하게 잇는 행사가 될 것”이라며 “많은 주민이 참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남 곡성군 주민들도 9일 학생, 주민 1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군청 주변 200m에 벽화를 그렸다. 벽화 작업은 모두 재능기부 봉사활동으로 이뤄졌다. 주부 이모 씨는 “농촌지역의 낡은 담에 멋진 벽화가 생겨나 주민들이 마을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스스로 꾸미려는 노력을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남 보성초등학교와 보성경찰서는 지난달 29일부터 2일간 재능나눔 희망벽화 그리기 사업을 펼쳤다. 보성초등학교 주변에 경찰 마스코트인 포돌이, 포순이를 그려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어린이들에게 애향심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 희망벽화 그리기에는 보성 다향고 벽화동아리 학생들과 미술교사가 자원봉사로 참여했고 박상우 보성경찰서장과 임영효 보성초교 교장 등 직원들도 붓을 들고 나섰다.

여수의 대표적 산동네인 고소동 주민들도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구불구불한 낡은 골목길 1004m에 벽화를 그려 많은 사람이 찾는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주민들은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맞아 성금 2000만 원을 모아 지역 정서와 문화를 담아낸 벽화를 그렸다. 주민들은 아름다운 여수바다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소동이 프랑스 몽마르트르 언덕처럼 추억이 흐르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고소동 주변에는 지역 특산물 판매장, 쉼터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고소동 주민들은 전국 미술인이 참여하는 벽화 그리기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