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무성 ‘위안부 강제동원’ 인정한 글 홈피서 삭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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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파 요구 수용 ‘역사 지우기’… 지식인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日언론도 “국제사회 일본 편 안들것”… 한국 “日정부 진정성 심각한 우려”

일본 외무성이 홈페이지에서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글을 삭제하며 위안부 전체 문제에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일 외무성은 홈페이지의 ‘역사인식’ 코너에 게재돼 있던 ‘아시아여성기금 동참 호소문’을 10일 삭제했다. 1995년 7월 18일 발표된 이 호소문에는 “10대 소녀까지 포함된 많은 여성을 강제로 위안부로 만들고 군을 따르게 한 것은 여성의 근원적인 존엄을 짓밟는 잔혹한 행위였다”는 표현이 들어가 있었다. 일본 정부는 ‘강제’라는 표현을 문제 삼아 호소문 전체를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호소문 삭제는 일본 극우 단체의 압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극우 정당인 차세대당의 야마다 히로시(山田宏) 간사장은 6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위안부 강제 연행은 없다”고 주장하며 외무성 홈페이지에서 호소문을 삭제할 것을 촉구했다. 당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 외무성은 그러나 호소문만 삭제한 뒤 ‘역사 인식’ 코너에 있는 다른 글은 그대로 뒀다. ‘아시아여성기금’이라는 문서에는 “조선에서는…가난한 집 딸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끌려갔다고 생각된다. 취업사기도 이 단계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언 강압 등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방법이 취해진 사례와 관련된 증언이 있다”고 돼 있다. ‘소위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라는 제목의 1993년 문서에도 “본인 의사에 반해 모집된 사례가 많고 특히 관헌(官憲·관청) 등이 직접 가담한 사례도 보인다”고 설명돼 있다.

한국 외교부는 12일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공언에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한편 연합뉴스에 따르면 교도통신은 11일 위안부 관련 특집 기사 14건을 송고하며 “일본에서 강제성 유무가 논란이 되는 것과 달리 서구는 비참한 경험을 한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 사회가 일본 편을 들 가능성이 적다”고 보도했다.

일본 근대사 전문가인 하야시 히로후미(林博史) 간토가쿠인(關東學院)대 교수는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사히신문이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제2차 세계대전 때 제주에서 다수의 여성을 강제로 끌고 갔다고 증언) 기사를 취소했다고 해서 강제성이 없었다거나 위안부 문제 자체가 날조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노 담화 발표 때 실무를 맡았던 전직 공무원도 요시다의 증언이 핵심이 아니라고 재확인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외무성#위안부 강제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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