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 비만’ 아이, 엄마 닮았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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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모두 비만땐 자녀 비만 위험 6.6배

주부 김모 씨(43)는 밤마다 열세 살 딸과 간식 쟁탈전을 벌인다. 야식으로 통닭을 시켜 먹을 때면 물렁뼈까지 서로 먹겠다며 다투곤 한다. 김 씨는 “빵이나 과자, 라면 등을 먹을 때도 딸이 꼭 옆에 와서 한 입씩 달라며 떼를 쓴다”고 말했다. 키 158cm에 몸무게 69kg인 김 씨의 체질량지수(BMI)는 27.6. 딸의 BMI도 최근 26을 넘었다. ‘비만 모녀’가 된 셈. BMI가 25를 넘으면 비만이다.

김 씨의 사례에서 보듯이 부모의 식습관이 소아비만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비만예방주간(11∼17일)을 맞아 2008∼2012년 5년간 1424명의 부모와 자녀의 식품 섭취량을 분석한 결과 부모가 빵과 과자, 탄산음료, 라면, 패스트푸드 등 간식 섭취량이 높을수록 자녀의 간식 섭취량도 높았다. 특히 엄마의 간식 섭취 영향력은 12∼18세 청소년에 비해 6∼11세 아동에서 3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이행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영양정책팀장은 “비만인 사람들의 1일 간식 섭취량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60Cal가량 높다”며 “건강한 식품을 섭취할 수 있도록 각 가정에서 힘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 사회의 아동 청소년 비만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18세 아동의 비만 유병률은 1997년 5.8%에서 2012년 9.6%로 15년 새 1.7배로 증가했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 결과에서도 비만 학생들은 2011년 11.6%에서 지난해 12.8%로 늘었다.

소아비만이 성인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은 50%에 이른다.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 있어 특히 위험하다. 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은 “소아비만이 성인비만으로 연결되면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인슐린저항증 등 대사 및 내분비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는 다시 암, 심뇌혈관질환, 당뇨병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연구원은 “연구 결과 당뇨병, 고혈압 등 비만과 관련된 질환으로 약 1조3638억 원의 비용이 유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어릴 때 비만을 예방한다면 이 엄청난 손실 중 상당 부분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 교내에서 소아비만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탄산음료 판매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사례도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2005년부터 모든 공립학교 자판기에서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했고 프랑스는 2000년대 중반부터 공립, 사립학교 모두에서 탄산음료, 사탕 자판기를 없앴다. 독일은 학교 근처의 매점에서도 탄산음료와 사탕 판매를 금지했다. 하지만 국내는 일부 지자체에서 저소득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선한 과일을 제공하고 영양교육을 실시할 뿐이다.

오상우 동국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부 외국 사례처럼 교내 탄산음료 자판기를 없애고 생수를 많이 마시도록 유도하는 등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13일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제5회 비만예방의 날 기념식을 연다.

최지연 lima@donga.com·김수연 기자
#소아 비만#간식 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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