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홍 “한국이름-한국말… 뿌리 지키려 노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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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247만명 모은 할리우드 영화 ‘메이즈 러너’ 민호역 한국계 이기홍
“송강호-최민식과 연기해 봤으면”

‘메이즈 러너’에서 배우 이기홍이 맡은 ‘민호’는 주인공 다음으로 비중이 크다. 민호 캐릭터는 원작 소설 작가 제임스 대시너의 한국인 조카사위의 이름을 빌려 탄생했다고 한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메이즈 러너’에서 배우 이기홍이 맡은 ‘민호’는 주인공 다음으로 비중이 크다. 민호 캐릭터는 원작 소설 작가 제임스 대시너의 한국인 조카사위의 이름을 빌려 탄생했다고 한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메이즈 러너’에서 주인공 딜런 오브라이언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이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 이기홍(28)이다. 미로에 갇힌 소년들의 탈출기를 그린 영화에서 그는 미로를 탐험하며 탈출구를 찾는 러너팀의 리더 민호 역을 맡았다. 국내 팬들은 여느 서양배우 못지않은 강한 체력에 카리스마를 지닌 민호를 ‘역대 할리우드 최고의 한국인 캐릭터’라며 치켜세운다. 그 덕분인지 지난달 18일 국내 개봉한 이 영화는 한 달 새 247만 명(11일 기준)의 관객을 모았다.

“제임스 대시너의 원작 소설을 읽자마자 민호를 좋아하게 됐지만 한국에서 영화가 이렇게 인기를 끌 줄은 몰랐어요. 한국에서 성원을 받는다는 게 저에겐 의미가 큽니다.”

이기홍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팬들에게 감사한다”는 인사를 여러 차례 했다. 그는 여섯 살 때 한국을 떠나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남부에서 자랐다. 2010년 미국 드라마 ‘빅토리어스’를 통해 데뷔한 뒤 ‘모던 패밀리’ ‘더 나인 라이브스 오브 클로이 킹’ 같은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해왔다. 메이즈 러너의 주조연급 캐릭터인 민호는 그가 지금까지 맡은 배역 중 비중이 가장 크다.

그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졸업 후 “연극, 단편영화, 유튜브 비디오 출연 등 캐스팅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했다”고 했다. 메이즈 러너에 출연하기 위해 오디션을 7, 8차례 봤는데 캐스팅이 결정된 후에는 민호로 변신하기 위해 혹독한 다이어트와 체력훈련을 했다. “민호는 치열하게 달리는 장면을 보여줘야 하다 보니 엄청나게 뛰며 체력을 쌓아야 했어요. 14시간 동안 계속 달릴 때도 있었죠. 근육을 키우려고 닭고기와 샐러드만 먹으며 지냈어요.”

온라인에서는 이기홍의 한국어 실력도 화제다. “10년 넘게 한국을 찾은 적 없지만 가족들과는 늘 한국어로 이야기한다”는 그는 할아버지가 지어준 한국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한동안 영어 이름을 쓴 적도 있지만 저에게 잘 맞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이름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제 근본을 알려주는 거니까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는 내년 개봉하는 속편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에도 나올 예정이다. 그는 “조만간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과 일해 보고 싶어요. 송강호 씨와 최민식 씨를 정말 좋아해요. 배우로서 그분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메이즈 러너#이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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