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체제 파괴위한 노동운동은 민주화운동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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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인노회’ 사건 관련 판결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해 노동운동에 참여했더라도, 소속 단체의 주목적이 사회주의 사회 건설 같은 이적성을 띠었다면 민주화운동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회원 신모 씨(56)가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신 씨는 1985년 대우전자 인천공장에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해 노동운동을 하다 이듬해 1월 해직됐다. 이후 1988년 인노회에 가입해 노동운동을 하다 국가보안법, 노동쟁의조정법 위반으로 서울고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또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과 차장을 지내며 국보법 위반으로 기소돼 2차례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이에 신 씨는 자신의 활동이 민주화운동에 해당된다며 2001년 12월 위원회에 명예회복 신청과 함께 활동 중 만성간염 등을 앓게 됐다는 이유로 상이자 보상금 지급신청을 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2010년 12월 신 씨가 대우전자에서 노동운동을 한 것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기각했다. 재심의 신청도 기각되자 신 씨는 인노회 관련 활동에 대한 불인정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권위주의 정권 아래 노동자의 권익과 인권보장을 증진시키기 위한 행위로서 민주화운동으로 판단된다. 이미 위원회에서 비슷한 선행 결정 사례가 있는데 (신 씨의) 신청을 기각한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며 신 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는 “특정 단체가 추구하는 이념이나 목적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가하고 국가의 체제를 파괴하는 데 있다면 헌법이념 등에 저촉돼 민주화운동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또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는 외관을 일부 가졌다 해도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시적, 수단적인 것에 불과하다면 섣불리 민주화운동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과거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와 관련해 활동하다 유죄 판결 등을 받은 것을 민주화운동으로 본 선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민주화운동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본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대법원#노동운동#민주화운동#인노회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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