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체제 파괴 노린 노동운동은 민주화운동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3일 03시 00분


대법원은 1980년대 권위주의적 통치에 맞선 노동운동이 민중민주주의 혁명이나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주목받는 것은 1, 2심 재판부가 노동운동을 기계적으로 민주화운동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신모 씨의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활동에 대해 “명목만 노동운동이었을 뿐 실제 목적은 혁명이었다”고 보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신 씨는 1985년 대우전자 인천공장에 취업해 노동운동을 하다가 해직됐다. 민주화보상심의위(심의위)는 이 점에 대해서는 민주화운동을 인정했다. 하지만 신 씨가 이후 인노회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에서 활동하다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1, 2심 재판부는 인노회 활동에 대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라고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민주화운동 대접을 받을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인노회의 이적단체성은 다른 관련자들에 대한 앞선 대법원 판결에서도 확인됐으나 하급심은 무시했다. 대법원은 “인노회의 이념이나 주된 목적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가하거나 우리나라의 내부 체제를 파괴 변혁시키는 데 있었고, 신 씨도 그러한 이념과 목적 달성을 위하여 활동한 것이 분명하다”며 노동운동의 ‘외관’을 갖췄다고 민주화운동으로 주장하는 일각의 풍조에 경종을 울렸다.

판결의 대상이 된 심의위 처분은 이명박 대통령 때인 2010년 12월 나왔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집권 시절 궤도를 벗어난 심의위 활동이 비로소 제자리를 잡아가던 때의 처분이다. 그러나 부산 동의대 사건,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 사건 등 심의위의 주요한 처분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내려졌다. 당시 심의위는 대법원이 이적단체라고 판결한 단체의 구성원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보상을 했다.

이번 판결이 심의위의 과거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 과거 결정은 민주화 개념 자체에 큰 혼란을 불러왔다. 민주화운동과 ‘민주화운동을 가장한 이적활동’을 구별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이런 혼란이 법원의 하급심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민주화운동이 정확히 정의되고 그에 따른 보상이 이뤄져야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
#노동운동#민중민주주의 혁명#사회주의 건설#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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