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兆원 中결혼시장 잡자” K웨딩의 윙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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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는 中예비부부 年1만명… 침체 국내 웨딩산업 구원투수로

웨딩촬영을 하러 최근 방한한 예비부부 왕후이민 씨(38·왼쪽)와 리닝 씨(36)가 경기 가평의 쁘띠프랑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쁘띠프랑스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곳이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웨딩촬영을 하러 최근 방한한 예비부부 왕후이민 씨(38·왼쪽)와 리닝 씨(36)가 경기 가평의 쁘띠프랑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쁘띠프랑스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곳이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서울 강남의 웨딩촬영 스튜디오에서 해외고객 상담을 맡고 있는 김기덕 씨(38). 그는 최근 중국 국경절 연휴(10월 1∼7일) 동안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일명 ‘천송이 드레스·메이크업’으로 대표되는 국내 웨딩 패키지를 이용하려는 중국 고객들의 예약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중국은 물론이고 대만, 홍콩에서도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며 “한류 드라마에 등장한 서울 남산과 경기 가평의 쁘띠프랑스 등이 중화권 고객들의 웨딩촬영 명소로 꼽힌다”고 말했다.

○ 신혼부부가 친구 수십 명 대동하기도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이 결혼인구 감소로 침체된 국내 웨딩산업의 ‘구원투수’로 떠오르고 있다. 촬영비가 수백만 원에 이르는 스튜디오 촬영은 물론이고 결혼식 자체를 한국에서 하는 사례도 속속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의 웨딩산업이 유커에게 인기인 것은 중국에는 없는 세심한 서비스와 이국적인 촬영 장소들 덕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예비부부 왕후이민(王慧民·38) 씨와 리닝(李저·36·여) 씨는 한국의 웨딩 서비스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공항과 스튜디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로 유명한 쁘띠프랑스에서 웨딩사진을 촬영했다. 신랑 왕 씨는 “중국에는 없는 전문 웨딩플래너가 세심하게 챙겨줘 좋았다”며 “중국에 돌아가면 주변 지인에게 적극 추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중앙(CC)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결혼시장 규모는 연간 10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K웨딩’을 앞세운 국내 업계가 중국 고객에게 주목하는 이유다. 제주롯데호텔은 7월부터 결혼전문업체 아이웨딩과 연계해 호텔 웨딩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은 지난해부터 중국인 전용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패키지’를 제공 중이다. 중국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는 듀오웨드의 천정희 수석팀장은 “드라마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 웨딩문화가 소개되면서 올해는 지난해 대비 계약건수가 약 50% 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 웨딩관광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한국관광공사는 한국웨딩플래너협회와 손잡고 중국 공산당 산하 40여 개 웨딩산업협회와 연계한 웨딩관광 상품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중국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국내 업체의 고품질 관광패키지를 시장에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다. 올해 안에 공식 웨딩상품을 만들어 중국 웨딩산업협회를 통해 현지에서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관광공사의 강규상 관광벤처팀장은 “최근 중국 여행사가 판매하는 형편없는 웨딩 패키지가 난립하고 있다”며 “국내 업계가 주도하는 고품질 상품을 정착시키고, 중국 신혼부부가 혼수와 예물까지 국내에서 소비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결혼식을 한국보다 훨씬 화려하고 성대하게 치르는 중국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면 경제적 파급효과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웨딩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유커는 연간 약 1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이 3박 4일 일정으로 웨딩촬영을 하고 쇼핑, 관광에 쓰는 돈은 항공료를 빼고도 1인당 적게는 300만 원에서 1000만 원에 이른다.

김창규 한국웨딩플래너협회 회장은 “중국의 젊은 세대는 신랑신부가 친구 20여 명과 함께 방한해 수영장이나 호텔 연회장을 통째로 빌려 수천만 원대 파티를 열고 대규모 웨딩촬영을 진행하는 등 과시적 소비 성향이 있다”며 “이들이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 결혼 1주년 여행, 자녀 돌잔치에까지 한국을 찾으면 파급효과가 대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결혼하러 왔다 예물·혼수까지

지금도 유커들의 한국 웨딩관광은 결혼 관련 산업을 넘어 예물, 혼수시장에까지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 결혼식을 준비하러 왔다 한국서 예물뿐 아니라 혼수까지 장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국경절 기간 동안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에서 명품 시계 및 보석류의 중국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60%, 198.4% 늘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예비 신혼부부 등 젊은 연인들이 예물용 보석이나 밥솥, 청소기 등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국 현지까지 배송망이 갖춰지면 대형 가전으로도 (혼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예물과 혼수를 한국에서 마련한 유커들이 출산 후에도 한국 유아용품을 찾으면 침체됐던 국내 유아용품 시장도 활기를 띠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인들은 지금도 한국 유아용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올 국경절 기간에 신세계백화점 유아동용품 부문의 중국인 매출은 지난해 대비 110% 증가했다. 롯데면세점이 최근 문을 연 키즈 편집매장은 유아동복은 물론이고 젖병 기저귀 완구 등 국내 제품을 한데 선보여 중국인 관광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결혼#웨딩#중국#예비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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