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투닥투닥 두 녀석, 갑자기 제트기 나타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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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염소새끼/권정생 시·김병하 그림/48쪽·1만2000원·창비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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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모습을 찍은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입니다. 그중에서도 세 살 이하 아이들의 모습에 사람들이 열광합니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행동에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겠죠. 가끔 감동합니다. 인간은 원래 저런 모습일 거야 하는 안도감을 갖는다고 할까요, 동심에 대한 향수라 할까요. 이 책에 나오는 두 녀석을 보는 기분이 그렇습니다. 얼굴을 맞대고 투닥거리는 강아지와 새끼 염소, 한쪽은 약 올리고 한쪽은 약 오르는 중입니다. 말뚝에 매인 염소를 향한 강아지의 장난질이 끝이 없습니다. 책을 몇 장 넘기면 ‘정말 골이 난’ 새끼 염소의 얼굴이 튀어 나올 듯 보입니다. 그런데 말뚝이 쑥 빠져버립니다. 아이쿠 저런! 이어지는 뜀박질, 강아지가 잡히면 큰일 나겠다 싶어 있는 힘껏 달아납니다. 그때 ‘우르르릉’ 제트기가 지나갑니다. 강아지와 염소 새끼, 언제 싸웠느냐는 듯 바들바들 떨면서 바짝 붙어 의지합니다. 이럴 때 둘이라서 다행입니다. ‘골대가리 다 잊어버렸다’ 할 만하지요. 그렇게 하루가 갑니다. 마지막 장, ‘다 잊어버렸다’는 글 밑에 집에 돌아온 두 녀석이 보입니다. 강아지와 함께여서, 새끼 염소와 함께여서 오늘 하루도 즐거웠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읽는 이도 덩달아 편안합니다. 인간은 원래 이런 모습이어야 합니다.

권정생의 동시에 그림을 올린 시 그림책입니다. 그림 작가는 이 동시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그려냈습니다. 서로 실랑이하는 두 녀석의 눈을 보면 아이들의 웃는 얼굴, 찡그린 얼굴이 절로 떠오릅니다. 작가는 이 글을 열다섯에 썼습니다. 열다섯이면 1950년대, 투닥거리는 두 녀석, 갑자기 위협하는 제트기…. 역사를 조금만 알고 있다면 작가가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지요. 아이들에게는 편안한 그림책으로, 어른들에게는 숙제 같은 그림책으로 다가올 듯합니다. 그것이 권정생 문학이 가진 힘입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강아지와 염소새끼#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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