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권력 앞에 팔색조’ 中 국민성 통렬하게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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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농장/류짜이푸 지음·송종서 옮김/382쪽·1만8000원·글항아리

인간은 요물이다. 편의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길짐승이 됐다가 순식간에 날짐승으로 변한다. 때로는 개 소 닭 돼지처럼 유순한 가축이 되기도 한다. 도처에 서유기의 저팔계 같은 ‘육체적 인간들’ ‘가축인간들’이 어슬렁거린다. 오직 식욕과 색욕만을 밝힌다. 건장한 몸뚱이만 있고 영혼은 눈곱만치도 없다.

‘꼭두각시 인간’은 또 어떤가. 누군가 ‘가지고 노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군상이다. 중국 문화대혁명 시절 ‘주석께서 지시하시기를…’이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던 ‘혁명지식인들’이다. 메스꺼운 시, 역겨운 소설, 눈꼴사나운 그림, 영도자의 생신날 톈안먼 광장에서 군중이 추는 이른바 ‘충성 춤’….

왜 중국 문인들 중엔 권력에 빌붙어 알랑방귀 뀌는 자들이 그리 많을까. 마오 주석과 악수를 하고 감격해서 어린아이처럼 울었다는 일흔 살의 늙은 시인, ‘아빠 엄마가 마오 주석 어버이만 못해요’라고 노래 부르던 칠팔십 먹은 작가들. 그들은 수시로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고 찬양하고 때론 악어의 눈물을 흘렸다.

지은이는 1989년 톈안먼 사건으로 중국을 떠난 디아스포라 지식인이다. 그의 ‘중국 국민성’에 대한 산문집이다. 그가 밖에서 본 중국 국민성은 속이 메스껍고 온몸이 오그라든다. 물론 본인도 한때 꼭두각시 인간이었다고 토로한다.

그는 1951년 열 살 때 반혁명분자 15명의 총살 현장을 참관했다. 일렬로 나란히 늘어놓은 시체, 깨진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뇌수, 모래와 풀잎에 엉겨있는 피와 비린내…. 그것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평생 불에 덴 자국처럼 가슴에 남았다.

그는 묻는다. 문화대혁명 시절, 중국인들은 왜 갑자기 일부는 소와 말의 가축으로 변했고, 다른 일부는 호랑이 늑대의 맹수로 변했는가. 왜 수많은 지식인의 머리에 고깔모자가 씌워졌고, 몸에는 모욕적인 팻말이나 흑판이 걸려야 했는가. 그들은 왜 그렇게 외양간으로 끌려가 가축이 돼야 했는가. 그들을 그리 보낸 호랑이인간, 늑대인간, 족제비인간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가. 그들은 이제 현대 중국에서 ‘금전 동물’ ‘돈벌레’가 돼 있지나 않은가.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인간농장#중국인#요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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