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국가가 더 이상 개인의 편이 아닐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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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독일인 이야기/제바스티안 하프너 지음·이유림 옮김/376쪽·1만6000원·돌베개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4년 8월 1일. 일곱 살 소년 제바스티안 하프너는 발트 해 연안의 힌터포메른에서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던 중 제1차 세계대전을 접했다. 전쟁은 4년간 지속됐다. 독일 베를린에 살던 소년에게 전쟁은 마치 놀이처럼 비현실적이었다. 공습도, 폭탄도 없었다.

소년은 매일 독일군의 승리 소식을 경찰서에 걸린 ‘전황 보고문’으로 접하며 흥분한다. 소년에게 다른 국가란 ‘적’이었고, 포로 숫자와 획득한 토지, 정복한 요새, 가라앉은 군함의 수는 마치 월드컵 경기에서 획득한 골의 숫자와 같았다. 소년은 점점 전쟁놀이의 매력에 빠졌고, 헤어 나오지 못했다.

저자는 자신의 유년 시절을 되돌아보며 당시 독일인에게 전쟁은 즐겁고 설레는 기억이었다고 말한다. 1900년에서 191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는 전쟁을 즐거운 놀이로 생각했다. 이들은 훗날 ‘나치즘의 근간’이 됐다.

1918년 11월 19일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해가던 저자는 바이마르 공화국의 실패와 무서운 속도로 팽창하는 민족주의를 목격하고 혼란을 겪는다. 히틀러와 나치는 기다렸다는 듯 세상을 집어삼켰다. 저자는 나치 독재가 진행되는 과정을 보며 희망 없는 조국을 등지기로 결심하고 그 과정을 자전적 에세이 형식으로 낱낱이 기록했다. 저자는 행간과 행간 사이에서 끊임없이 묻는다. “국가가 더이상 개인의 편이 아닐 때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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