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내일의 경제, 날씨처럼 예보할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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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경제/마크 뷰캐넌 지음/이효석 정형채 옮김/432쪽·1만8000원/사이언스북스
물리학자의 ‘복잡계 경제학’
자연과학 첨단 연구성과 재구성… 주류경제학 한계 극복방안 제시

저자는 주식을 비롯한 경제활동 시장이 다른 자연계의 시스템과 달리 평형성을 지니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이런 점을 인식해야 경제 흐름을 예측하고 금융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동아일보DB
저자는 주식을 비롯한 경제활동 시장이 다른 자연계의 시스템과 달리 평형성을 지니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이런 점을 인식해야 경제 흐름을 예측하고 금융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동아일보DB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 전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던 2008년 11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런던정경대(LSE)를 방문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들이 당시 금융위기가 왜 발생했고 현재 세계 경제가 어떤 상황인지를 설명했다. 이때 여왕이 던진 가장 단순한 질문에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학자들 누구도 답을 하지 못했다.

“이렇게 뛰어난 학자들이 많은데 왜 아무도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나요?”

물리학자이자 과학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이 책에서 여왕의 질문에 답을 내놓는다. ‘사회적 원자(The Social Atom)’ ‘우발과 패턴(Ubiquity)’ 등의 저서에서 복잡계 과학이론으로 사회·경제 현상을 설명한 저자는 이 책에서도 기존 경제학 이론과 방법론의 문제점을 짚어낸다.

저자가 지적하는 현대 경제학의 가장 큰 문제는 ‘평형성’에 대한 집착이다. 우리가 경제활동을 하는 시장이 다른 자연계의 시스템과 달리, 홀로 안정 상태를 지속하는 평형성을 가졌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세상에 있는 복잡계와 달리 경제와 시장이 홀로 안정되고 어떤 내부적인 변화무쌍함도 없다는 (주류 경제학의) 얼빠진 발상을 극복하기 전에는 결코 경제와 시장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현명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탈평형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물리학, 생물학, 화학을 비롯한 자연과학의 첨단 연구 성과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복잡계 경제학’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간단한 예로 생물학의 연구 결과와 주식시장에서의 거래를 연결한다. 생물학적으로 무엇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가장 짧은 시간은 ‘1초’인데, 이미 주식시장에서의 초단타 매매는 100만분의 1초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평형의 신화’에서 벗어난 발상과 통계로 진짜로 ‘예측 가능한 경제학’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100여 년 전 기상예보 역시 기압이나 풍속, 습도 등의 변수를 무작정 쌓아 통계적인 패턴을 찾았지만 언제나 예측에 실패했다. 동역학과 물리학의 원리를 도입해 각 변수들 간의 상호관계와 복잡성을 이해하게 되면서 예보는 정확해졌다.

이제 경제학이 이 같은 ‘혁신’을 시작할 때라는 것. 국가별로 나뉘어 존재하는 과거의 모든 금융 데이터베이스부터 다시 모으고, 그 데이터들이 상호 간에 복잡한 영향을 미치며 시장을 변화시키는 양상을 살펴보자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이 현실 가능한 것인지, 그의 말대로 하면 경제학은 또 한 단계 발전해 예측 가능한 과학이 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잦은 예측 실패로 불신을 자초한 주류 경제학자들, 그들과 함께 정책을 만들어낸 정치인들은 저자의 주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또 ‘급변하는 경제 환경’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정작 그 실체를 알지 못해 힘들어하는 경영인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고승연 기자seanko@donga.com
#내일의 경제#마크 뷰캐넌#금융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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