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든 법, 왜 법사위가 고치나”… 他상임위서 월권 금지 결의안 채택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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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국회 상임위의 두 얼굴 - 의정의 꽃
본회의 가는 ‘입법 관문’ 법사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흔히 ‘게이트키퍼(gate keeper)’ 상임위라고도 불린다. 각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된 법안을 다시 한 번 체계와 자구(字句) 심사를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검찰과 법원 등을 담당하는 상임위로 지역구 현안을 상대하진 않지만 모든 법안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로 상정되다 보니 주요 법안을 두고 여야가 치열하게 신경전을 펼치는 곳이기도 하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은 말 그대로 법안의 위헌 여부 등 법리적인 검토에 국한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이유로 다른 현안과 연계하면서 법안 처리를 막는 ‘병목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급기야 올해 4월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 권한의 월권 금지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한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환노위에서 통과시킨 법안을 왜 법사위에서 다시 고치냐고 따진 것이다. 당시 환노위 간사였던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결의안을 마련했고, 법사위 새누리당 간사였던 권성동 의원은 이에 대한 반응을 따로 내놓진 않았다. 19대 후반기 국회 들어 권 의원은 법사위에서 환노위 간사로 자리를 옮겨 묘한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끊이지 않는 월권 논란에도 불구하고 법사위는 야당의 내로라하는 ‘저격수’ 의원들이 두루 거쳐 간 상임위이기도 하다. 법조인 출신 위원이 판을 치는 법사위지만 비법조인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과 박영선 의원은 대표적인 법사위 출신 ‘저격수’로 손꼽힌다.

박지원 의원은 2009년 천성관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해 금전 거래 의혹, 고가 명품 구입 등을 폭로하며 천 후보가 낙마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고, 2011년에는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SLS법인카드 명세서 일부를 국정감사장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박영선 의원도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 ‘BBK 의혹’을 파헤쳐 ‘저격수’란 별명을 얻었고, 19대 전반기 국회 법사위원장을 지냈다.

법사위가 검찰 등 사정기관에 대한 정보를 자주 접할 수 있다 보니 법사위에선 대형 이슈에 대한 폭로전이 종종 벌어졌다. 지난해에도 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둘러싼 난타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구 여야 의원들은 법사위에 대해 ‘실속은 챙기기 힘든 빛 좋은 개살구’라는 이유로 상임위 배정을 꺼리기도 한다. 한 지역구 의원은 “법조인이 아니면 크게 목소리를 내기 힘들고 지역구 현안에서 동떨어진 이슈를 다뤄야 해 초선 지역구 의원이 가기엔 부담스러운 상임위”라고 털어놨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월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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