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5억 종잣돈… 지역벤처 실리콘밸리級 육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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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대전-세종에 벤처대박단지
잠재력 큰 벤처 자금지원-멘토링… 코넥스 상장→미국진출 돕기로
‘사업화 장터’ DB 구축해 기술 축적… 45개 기관 産學硏 협력모델 구축

과학기술 연구개발(R&D)형 창조경제 엔진이 SK그룹 주도로 대전과 세종에서 가동된다. SK그룹은 대전과 세종에 총 935억4000만 원(대전 876억 원, 세종 59억4000만 원)을 투자해 실리콘밸리형 ‘벤처 대박 사례’를 만들어내겠다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대전 유성구 KAIST 나노종합기술원에서 열린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창조센터) 확대 출범식’과 ‘세종 창조마을 시범사업 출범식’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이미 개발해 놓고 활용하지 않는 기술은 ‘장롱면허’나 다를 바 없다”며 “(대전의)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와 대학의 풍부한 연구 성과가 제대로 사업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SK 관계자들에게 “10개 회사가 성공하면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용기를 내 창업하게 돼 요원의 불길처럼 창조경제의 불씨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15일에는 삼성그룹이 주도하는 ‘대구 창조센터’의 확대 출범식에도 참석했다. 대통령이 지방에서 열리는 같은 성격의 행사에 연달아 참석하는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박 대통령이 지역 창조센터 육성에 관심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국 17개 시도별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최근 대기업과 연계해 벤처기업 육성센터로 탈바꿈하고 있다.

○ “대기업 장점인 자금력-노하우 전수”

SK의 대박 벤처 만들기 작업은 파격적인 재정 지원과 멘토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SK 관계자는 “대전 지역 대학이나 연구소들의 R&D 역량은 이미 수준급”이라며 “대기업의 자금력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게 벤처기업 육성에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SK는 창조센터를 통해 잠재력 있는 벤처기업들을 발굴해 단기적으로는 벤처·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에 상장시키고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달 ‘드림 벤처 스타 공모전’을 통해 180개 기업 중 10개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벤처기업을 선정해 창조센터에 입주시켰다. 이 기업들 중에는 ‘테그웨이’(사람 체온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 ‘씨메스’(산업용 3D 스캐너) ‘엑센’(이산화탄소 농도 감지) 등이 포함돼 있다.

SK는 이 기업들에 2000만 원의 창업 준비금을 지원했고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확실하게 기술력이 검증될 경우 실리콘밸리 진출을 돕고 회사당 최대 25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총 450억 원의 벤처 육성펀드를 조성해 지속적으로 이 지역의 벤처기업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SK 동반성장펀드 중 150억 원을 대전 지역에 배정하고 중소기업청과 함께 300억 원의 창업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테스트베드와 벤처기업들의 기술 검증 인프라로 쓰일 ‘사이언스 빌리지’도 총 250억 원을 들여 만들기로 했다.

○ “개인 발명가와 벤처기업에 기술문호 개방”

재정과 멘토링 지원을 통해 벤처기업 창업에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 못지않게 다양한 기관이 공동으로 ‘창업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는 것도 대전 창조센터의 특징이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SK 주요 계열사 3곳이 출연연 19곳과 대전지역 5개 대학 등과 함께 ‘기술 사업화 장터’를 만들어 각 기관의 보유 기술을 공유하고 개방하기로 한 게 대표적인 예다.

기술 사업화 장터 데이터베이스(DB)에는 올해 말까지 2400여 건의 기술이 등록될 예정이다. 또 내년 이후에는 연간 1100여 건의 기술이 추가된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당분간은 출연연, 대학, SK 관계자 위주로 기술이 등록될 예정이지만 향후에는 개인 발명가와 벤처기업에도 문호를 개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SK, 대전시, 대덕특구 내 30개 출연연, SK 협력사 10개 등 총 45개 기관이 공동으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것도 특징이다.

김문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대기업이 주도하는 벤처기업 육성 조치는 창업 분위기를 활성화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벤처기업의 ‘옥석 구별’에도 효과적”이라며 “정부 주도 정책보다 전체 벤처기업 생태계 수준을 높이는 데 훨씬 더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이재명·서동일 기자
#세종대#벤처대박단지#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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