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운전사 4명, 지적장애女 성폭행” 사건 내용 들어봤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0일 0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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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의 한 운수업체 버스 운전사 4명이 지적수준이 낮은 여성을 고교생 때부터 수년간 여러 차례 성폭행했다는 고소장이 지난 6월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피해 여성을 돕고 있는 지적장애인 성폭행대책위원회 강경남 집행위원장은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이번 사건에 대해 들려줬다.

그는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A씨(23·여)를 성폭행한 버스 운전사 4명은 모두 경기도 안성의 모 운수업체 소속으로 평소 버스를 이용하던 피해 여성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얼굴을 익힌 뒤 비번에 버스 정류장에서 이 여성을 기다리고 있다가 자신의 승용차로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차에 태우고 가다 성폭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 피해 여성을 성폭행한 버스 운전사가 동료들에게 성폭행 경험담을 들려줬고, 이를 들은 다른 운전사들도 같은 방식으로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10세에서 13세 수준의 지적 장애를 가진 A씨는 고교 3학년 때인 2008년 봄부터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그동안 가족도 A씨의 피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강 집행위원장은 "가해자들이 피해 여성한테 '말하면 소문내겠다. 그리고 가만두지 않겠다' 이런 식의 협박을 가해 말을 못 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용의자들을 '괴물', '짐승' 이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강 집행위원장은 "피해 여성이 심리적 불안상태에 있고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가해자들에 대한 불안이나 공포가 굉장히 크다"고 전했다.

또한 2차 피해 우려도 밝혔다. 그는 "그 동네가 몇 가구 안 되는 작은 동네다. 그런데 언론들이 취재하러 몰려오면서 피해자와 가족이 놀라 구석으로 숨어 들어가고 있다"며 "가해자는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용의자 2명은 경찰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나머지 2명은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강 집행위원장은 "피해 여성은 싫었고 무서웠다고 얘기를 한다. 하지만 좁은 차 안에서 아니라고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고 너무 무서워서 작은 소리로 '네'라고 얘기했거나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며 "(너무 무서워 고개를 끄덕인 것을 두고) 가해자들이 합의를 한 것이라고 말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적 장애인을 성폭행한 가해자들이 '상호동의'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 장애 특성이 자신에 대한 권리를 타인에게 쉽게 넘겨주는 경향이 있다"며 "(사실관계를) 왜곡해서 동의라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2013년 장애인 성폭행 1673건 중 73%가 지적장애인이 대상이었다"며 "지적장애의 특징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에 있어서 타인에게 쉽게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권이나 권리권한을 넘기거나 빼앗기는 상황이 반복된다. 그래서 가해자들이 그것을 동의했다고 한다. 가해자들에게 '동의는 왜곡'이라는 것을 반드시 이번 사건을 통해 각인시켜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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