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곡-가창력은 甲이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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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김동률 6년만의 6집 ‘동행’ 들어보니
수록곡 ‘그게 나야’ 각 음원 차트 1, 2위
전문가들 “주제-멜로디 등 예전만 못해”

싱어송라이터 김동률. 뮤직팜 제공
싱어송라이터 김동률. 뮤직팜 제공
꾸며진 노래, 무용과 연기를 위한 가요가 넘친다.

어차피 연기(演技)나 연기(煙氣) 같은 대중음악 판에서 그래도 노래의 진심을 믿게 해줄 가수를 찾자면 싱어송라이터 김동률(40)이 먼저 떠오른다.

극장 안에 ‘기억의 습작’(1994년·전람회 1집)이 울릴 때, 노래방에서 ‘취중진담’(1996년·전람회 2집)을 부를 때 가슴이 메는 절절함.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2001년·김동률 3집), ‘다시 시작해보자’(2008년·김동률 5집)는 물론이고 ‘천일동안’(1995년·이승환 4집·작사 이승환)과 ‘거위의 꿈’(1997년·카니발·작사 이적)의 선율도 김동률에게서 나왔다. 유명 가수가 옛사랑에게 용서를 구하는 내용을 담은 ‘오래된 노래’(2008년·김동률 5집)가 주는 감흥은 별나다. 김동률은 ‘결정적 장면’을 노래로 인화하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김동률은 1993년 전람회(김동률 서동욱)로 MBC 대학가요제에 출전해 ‘꿈속에서’를 불러 대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전람회, 카니발(김동률 이적), 베란다 프로젝트(김동률 이상순)를 거친 김동률의 여섯 번째 솔로 앨범 ‘동행’(사진)이 1일 발매된 이후 돌풍을 멈추지 않는다. 대표 수록곡 ‘그게 나야’는 음원 차트 1, 2위에, 대개의 수록곡도 20위권에 머문다. 신작 CD는 나흘 만에 4만 장 주문받았고, 12월에 여는 콘서트 입장권은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1만 장 모두 팔렸다고 소속사는 전했다.

경력 초기에 그가 준수한 결과물을 너무 많이 쏟아낸 탓일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신작이 전작들보다 뒤진다고 봤다. 김봉현 대중음악 평론가는 “주제와 가사, 멜로디 모두 예전 작품보다 못한 동어반복이다. 훌륭했던 이전 노래를 듣는 편이 낫다”고 했다. 서정민갑 평론가는 “음악의 밀도가 낮고 스스로도 방향을 못 찾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경준 평론가는 신작을 “첫 페이지를 넘기면 결말이 예상되는 소설”에 빗대며 “초기의 패기나 3, 4집에서 보여준 앨범으로서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평했다.

김동률의 편곡과 가창 능력은 여전히 높게 평가됐다. 전문가들은 수록곡 ‘고백’ ‘청춘’ ‘동행’에서 보이는 김동률만의 밀도에도 주목했다. 신작을 반긴 한명륜 평론가는 “20대 김동률이 회고적 시점에 천착했다면, 지금 김동률은 비로소 노래의 시점과 함께 걷는 듯해 호소력이 있다. 정갈한 노랫말 쓰기 능력은 높은 경지에 올랐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김동률#동행#그게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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