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화하되 인권 제기, ‘비판적 관여’로 對北정책 바뀌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0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이 유럽연합(EU) 전문매체인 ‘유로폴리틱스’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EU가 북한에 대한 비판적 관여(critical engagement)를 지속함으로써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고, 북한 인권 문제 개선을 위한 노력도 계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판적 관여’는 2001년 5월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EU의 대북정책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인권, 비핵화 등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 대통령이 EU의 역할을 촉구한 것이지만 우리 정부도 북과 대화를 할 때 하더라도 쓴소리를 하겠다는 자세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유럽 순방 때도 “북한의 태도에 따라 강온 전략을 병행하는 EU의 비판적 대북 관여정책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도 공통점이 많다”고 말했다. EU의 ‘비판적 관여’는 북한이 핵을 먼저 포기할 것을 요구하는 미국의 ‘전략적 인내’보다는 융통성 있는 대북 접근 방식이다. 박 대통령은 북과 대화와 협력을 추진하되 북의 잘못된 행태는 계속 지적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인 듯하다.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데 이어 귀국 후 “북한의 반발이 두려워서 북핵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유엔은 북한의 참혹한 인권 실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결의안이 채택돼도 실효성이 불분명하지만 유엔이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다. 박 대통령이 외국 매체에 이야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비판적 관여’의 개념을 우리의 대북정책에도 분명히 적용한다면 좋을 것이다.

문제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때처럼 북한의 기습적인 대화 제의를 전혀 예상치 못하고 허둥대는 우리 외교안보 팀에 그런 역량과 뚝심이 있느냐는 점이다.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대통령 면담 카드를 너무 쉽게 꺼내고도 퇴짜를 맞았으니 여권 내에서 “청와대 얼라들” 운운하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정부가 북의 군사 위협에 대비해 안보 태세를 더 튼튼히 다지고, 인권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할 수 있어야 남북 대화가 재개되어도 과거처럼 북에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의 행태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능력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유로폴리틱스#북한#비판적 관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