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5 V리그 팀별 전력분석] ‘우승 야망’ 업그레이드…에이스 문성민도 돌아왔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10일 06시 40분


2. 정상 도전에 나서는 현대캐피탈

V리그를 대표하는 더비매치는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경기다. 김호철·신치용 두 감독이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 7차전 파이널세트까지 힘을 겨뤘던 2009∼2010 시즌은 V리그 10년 역사에서 최고의 시리즈였다. 지난 시즌 친정팀인 현대캐피탈에 복귀한 김호철 감독은 다시 한번 팀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며 삼성화재를 상대했다. 원정 1차전을 이기고 2차전도 첫 세트를 따낸 뒤 두 번째 세트에서도 듀스까지 몰고 간 뒤 화룡점정(畵龍點睛)에 실패했다.

아가메즈의 뜻하지 않은 발목 부상이 결정적인 이유였지만 이기고 있으면서도 뭔가에 쫓기는 듯한 다급함이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떨어지지 않을 멋진 복합훈련시설(Castle of Skywalkers)을 개관한 뒤 새 보금자리에 새 우승트로피를 가져다두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이번 시즌 다시 정상도전에 나서는 현대캐피탈은 7일 미디어데이를 개최하고 새로운 유니폼을 공개했다. 지난 3년간 사용해왔던 홈 유니폼을 바꾸며 변화의 의지를 보여줬다. 2인자가 아닌 1인자로의 변화가 목표다. 훈련장에 걸린 현수막은 이번 시즌 팀의 갈 길을 잘 보여준다. “Winner takes it All(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

육상 전문 트레이너 초빙해 강한 체력훈련
영화 ‘300’ 주인공처럼 탄탄한 식스팩 무장
재활복귀 아가메즈 공격옵션 키플레이어로
베테랑 최태웅 발목수술 유일한 아킬레스건

● 현대캐피탈만의 배구를 보여주지 못했던 2013∼2014시즌

새 시즌의 출발은 김호철 감독의 뼈아픈 반성에서 시작됐다. 챔프전에서 먼저 4세트를 따내고도 이후 9세트를 연달아 내주며 역전패를 당했던 이유에 대한 반성이었다. 누구는 조급함이라고 했고 누구는 상대, 특히 삼성화재와 신치용 감독에 대한 깊은 트라우마라고 했다. 김 감독이 내린 결론은 우리의 배구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지난 시즌 상대를 이기기 위해 팀마다 다른 배구를 했다. 우리만의 배구를 하지 않고 눈앞의 승리에만 급급한 배구를 했다”고 반성했다. 현재 V리그를 지배하는 삼성화재 패러다임을 깨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했지만 대부분의 팀들은 모방하거나 흉내를 내는데 그쳤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생각이다. 예전의 현대캐피탈 배구는 특유의 색깔이 있었다. 팀 이름에서 상징하듯 센터의 높은 블로킹과 중앙에서 벌어지는 다양하고 화려한 공격, 좌우의 균형이 이상적이었고 2005∼2006, 2006∼2007시즌 우승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현대캐피탈의 장점은 사라졌다. 김 감독의 공백과 복귀의 시간 속에 그 색깔은 더욱 옅어졌다. 그것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해 치열하게 새 시즌을 준비했다.


● 5월 훈련캠프 시작 이후 뛰고 또 뛴 시간

팀이 진단한 지난 시즌의 또 다른 문제점은 집중력이었다. 상대를 앞서고 있으면서도 고비를 넘지 못하며 조급해하고 20점 이후 실수를 남발하고 무너졌던 원인은 체력저하에 따른 집중력의 부재라고 봤다. 아무리 힘들어도 상대의 빈틈이 보이면 파고드는 삼성화재와 비교하면 확실히 집중력의 차이는 커보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한 체력훈련을 했다. 그동안은 ‘체력훈련 따로, 경기에 뛰는 선수 따로’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모든 선수에게 예외는 없었다. 정해진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공을 만지지도 못하게 했다. 전문 육상 트레이너를 초빙해 다양한 달리기를 했다. 400m 트랙을 10바퀴 뛰는 인터벌 훈련은 선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400m 달성 기준 1분20초를 초과하면 두 바퀴씩 더 늘어났다. 인터벌 훈련은 한 세트로 끝나지 않았다. 어느 신인 선수는 그 훈련을 하다 기절했다. 누구는 욕을 해가며 뛰었고 누구는 울면서 달렸다.

새 유니폼은 조금이라도 배가 나오는 선수를 우습게 만들었다. 다행히 힘든 체력훈련 결과 현대캐피탈 선수들의 복근은 영화 ‘300’의 주인공처럼 모두 탄탄한 식스팩이 만들어졌다. 러닝의 힘이었다.

● 서브리시브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밥도 없다?

배구의 시작이자 기본인 서브와 리시브를 위한 훈련도 많았다. 2주에 한 번씩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시험을 봤다. 서브와 리시브에서 기준 점수를 통과하지 못하면 훈련장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게 했다. 외출 외박도 금지시켰다. 첫 시험에서 탈락했던 조근호는 혼자서 매일 새벽 서브와 리시브 훈련을 반복한 끝에 다음 시험을 통과했다. 만일 2차 시험까지 떨어지면 밥도 주지 않을 계획이었지만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힘든 시험을 모두 거친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이제 서브리시브와 서브의 부담에서 훨씬 여유가 생겼다.

● 완벽한 멤버로 출발하는 시작

그동안 현대캐피탈은 구성원의 이름이 화려했지만 코트에서는 항상 톱니바퀴가 빠진 모양새였다. 에이스 문성민의 부상공백이 컸고 베테랑 최태웅도 정상의 몸 상태는 아니었다. 문성민은 지난해 6월 일본과의 월드리그 경기 때 당한 무릎부상으로 시즌 출발이 늦었다. 다 나았다 싶었지만 시즌 뒤 피로골절 증세가 찾아왔다. 쉬면서 재활을 반복했다. 무리하면 언제든지 반복되는 부상이기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아직 정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 시즌에는 처음부터 출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1라운드부터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 목표”이라고 문성민은 말했다.

최태웅이 발목 수술을 받아 초반 출전이 어렵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이다. 권영민과 루키 세터 이승원이 초반 라운드를 이끌어가야 한다. 현대캐피탈이 내심 두려워하는 대목이다. “최태웅 권영민이 좋은 세터고 경험은 많지만 위기 때 팀을 끌어갈 파이팅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던 감독의 요구가 얼마나 반영될지 궁금하다.

● 키 플레이어

현대캐피탈의 새로운 시즌 선수구성은 큰 변화가 없다. 한때 새로운 외국인선수의 영입을 검토했으나 원하는 배구를 해줄 후보가 많지 않았다. 아가메즈에게 다시 기회를 줬다. 본인도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김 감독은 “득점도 중요하지만 성공률을 얼마나 더 높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이 쉽게 이긴 경기는 아가메즈가 30점 이상 득점하고 제2, 제3 공격옵션 역할의 선수가 각각 15득점 이상을 해줄 때였다.

센터를 중심으로 공격의 조화를 이루는 배구를 목표로 삼는 현대캐피탈에서 아가메즈는 튼튼한 창 역할을 해줘야 한다. 미심쩍은 부분은 있다. 지난 시즌 챔프전 때 당한 발목 부상이 의외로 심각해 4개월이나 쉬었다. 재계약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의 몸은 일반인에 가까웠다. 이후 집중적으로 체력훈련을 했지만 아직 베스트는 아니다. 속내는 모르겠지만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가끔 팀과 따로 노는 듯한 행동도 보인다. 아가메즈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겠다. 반드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겠다. 그래야 승산이 더 있다”고 말했다. 최태웅을 대신한 새로운 주장 여오현이 얼마나 뒤에서 후배들을 독려하고 열정을 불어놓을지가 승리의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김호철 감독. 스포츠동아DB
김호철 감독. 스포츠동아DB

■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의 각오

“우리만의 배구로…목표는 우승”

지난 시즌에는 팀을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했다. 떠나 있었던 기간동안 내가 생각했던 배구가 이전 감독과는 달라서 조율이 필요했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이를 위해 부족한 부분을 많이 보완했다. 이번에는 우리만의 배구로 상대 팀에서 우리 배구를 연구하게 만들도록 하겠다. 아가메즈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토종선수들과 조화를 이루는 배구를 하겠다. 경기 일정이 더 늘어난 것은 특별한 변수는 아니겠지만 외국인 선수의 부담감은 더 커질 것이다.

천안|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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