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대표선발 전횡, 연맹회장은 모르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10일 06시 40분


역도에서 연이어지고 있는 파문은 대한역도연맹 최성용 회장 등 집행부의 무능과 직무유기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가대표선수 출신의 최 회장이 국가대표 선발 과정의 불공정성을 몰랐다는 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다. 스포츠동아DB
역도에서 연이어지고 있는 파문은 대한역도연맹 최성용 회장 등 집행부의 무능과 직무유기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가대표선수 출신의 최 회장이 국가대표 선발 과정의 불공정성을 몰랐다는 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다. 스포츠동아DB
■ 대표팀 발탁 기준도 없다는 역도연맹

대표팀 감독에 선수·코치 선발 권한 위임
최성용 회장 “세세한 부분까지 알 수 없어”
관리 실패 책임 전가 ‘꼬리 자르기’ 의혹도

선수 선발 기준 정립 등 뒤늦은 대책 마련

역도국가대표 선발 과정의 불공정성이 제기된 가운데, 대한역도연맹 고위 관계자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최성용(62) 대한역도연맹 회장은 ‘기량 미달인 김기웅(53·경기도체육회) 전 여자대표팀 감독의 조카가 대표로 뽑힌 적이 있으며, 시즌 랭킹 1위 선수가 대표 명단에서 제외되는 등 국가대표 선발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스포츠동아 보도(8일자 8면)에 대해 “기사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일이다. 회장이 세세한 부분을 모두 알 수는 없다. 실무 부회장을 통해 진상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 국가대표 불공정 선발, 연맹 회장은 몰랐다?

역도대표선수는 대한역도연맹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선정해 상임이사회의 승인을 거친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표팀 감독에게 선수 및 지도자 선발 권한을 거의 위임하는 형태였다. 이 과정에서 김기웅 전 감독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소속팀 선수 또는 스카우트 예정 선수 등을 애매한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에 발탁했다. 심지어 태극마크를 달기에는 기량이 부족한 자신의 조카까지 태릉선수촌으로 불러들였다.

이는 단순히 전횡을 일삼은 지도자 한 명의 문제가 아니다. 견제·감시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대한역도연맹에 본질적 책임이 있다. 최성용 회장은 국가대표선수 출신으로 대표팀 코치와 감독을 역임한 뒤 연맹 전무이사(2001∼2003년), 실무 부회장(2005∼2012년)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런 인물이 대표팀에서 벌어진 비위 사실들을 몰랐다면, 그간 자신의 임무를 방기한 셈이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김기웅 전 감독에게만 전가시키고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역도 관계자는 “최근 연이어 문제가 터지자 연맹이 쇄신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할 사람이 개혁의 주체가 된다면, 그 과정을 믿을 수 있겠는가”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 대한역도연맹 “기록·랭킹 위주 대표 선발 기준 정립”

최성용 회장은 2월 대한역도연맹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제2의 장미란(31·장미란재단 이사장), 사재혁(29·제주도청)을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를 밝힌바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 선발·육성 시스템의 정비다. 역도는 들어올린 중량에 따라 승부가 명확하게 가려지는 경기다. 이 기록을 국가대표 발탁의 제1원칙으로 명문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한국양궁의 경우, 수차례 평가전을 치러 점수 합산으로 대표를 선발한다. 올해는 2012런던올림픽 2관왕 기보배(26·광주광역시청) 등 스타선수가 탈락해 2014인천아시안게임 출전권을 얻지 못했지만, 잡음은 없었다. 태극마크를 부여하는 근거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선수 선발 기준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대표 2진의 경우 ‘유망주’라는 (다소 주관적인) 판단으로 선발되다 보니 뒷말들이 나온 것 같다. 대표 1진은 무조건 랭킹 1위 선수를 선발하고, 해당 선수가 부상 등의 이유로 (태릉선수촌에) 입촌을 못할 경우엔 차순위 선수가 대표팀에 들어가도록 규정을 신설하겠다. 대표 2진 운영 역시 정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 @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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