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상급식도, 무상보육도 소득 따른 리모델링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9일 03시 00분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가 “내년도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2조1429억 원)을 전액 편성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만 3∼5세 아동에게 지원하는 누리 과정 예산 3조9284억 원 가운데 유치원 교육을 제외한 무상보육의 지원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어제 “교육감들이 국민과 어린이를 볼모로 정부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이 쏟아낸 무상 정책이 예산 투쟁으로 이어지면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2010년 교육감선거에서는 무상급식 공약을 앞세워 진보 교육감 6명이 당선됐다. 2011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당은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등 ‘3무(無) 정책’을 들고 나왔다.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 문재인 후보 둘 다 무상보육을 약속했다. 그러나 예산 없는 복지 정책의 확대는 빚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2012년 기준으로 전국 교육청의 부채 총액은 14조429억 원, 1년 총 세입예산의 26.8%에 이른다.

지자체의 재정 부족에 따라 지난달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복지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을 한 이후 교육감들도 가세했다. 누리 과정은 이명박 정부가 도입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공약했지만 내년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무리한 공약으로 인해 정부 지자체 교육청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가 시작된 셈이다.

2011년 도입된 무상급식은 교육 재정의 블랙홀이 됐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에게 공짜 점심을 베푸는 바람에 취약계층 학생에 대한 지원과 낡은 학교시설의 개보수 등 절실한 과제들이 뒷전으로 밀렸다. 이제 복지 재정의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난 이상 현재의 보편적 무상복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헤크먼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고교와 대학 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을 가난한 가정의 0∼5세 유아를 교육하는 데 쓰는 것이 빈곤의 대물림을 끊는 데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도 소득 수준에 따라 복지 지원의 대상을 제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중상류층 가정 자녀들에게 공짜 밥을 주느라 정작 도움이 필요한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돌아갈 몫을 빼앗지는 말아야 한다.
#무상급식#무상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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