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하태원]2PM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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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원 정치부 차장
하태원 정치부 차장
최근 여권 정치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 중 한 명이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다. 우여곡절은 겪었지만 최대한 ‘원칙’을 손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이끌어냈다. 고비 때마다 원내대표 직을 거는 승부수를 던지면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인상도 줬다.

이 원내대표를 8일 국회 집무실에서 만났다. 격식 차리지 않고 궁금한 것을 물었고 답변도 시원시원했다.

―9월 26일 본회의 법안 처리가 무산된 뒤 즉각 사의를 표명했는데, 즉흥적이었나.

“아니다. 정말로 이런 국회가 존재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울컥 했다기보다는 국회의원이라는 것이 정말 부끄러웠다.”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실망했다던데….

“9월 30일 야당 등원 뒤 법안을 처리한 것이 결과적으로 나았다는 말도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의장이) 친한 동료이기도 해서 찾아가서 ‘언제까지 이럴 건데?’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따졌다. 나라면 무조건 26일에 (처리)했다.”

이 원내대표는 “2009년 12월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해 충남지사직을 던졌던 당시와 이번 세월호 협상이 내 정치 역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며 담아뒀던 이야기를 꺼냈다.

“하루에 3억5000만 원, 한 달에 100억 원씩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데 아무도 이야기를 못한다. 그게 현실이다. 합리적 이성이 마비됐다. 모두 비정상이다.” 남은 실종자를 찾아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수긍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인 줄 알면서도 누구도 용기 내 말하지 못하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40년 공직생활에서 이것저것 안 해본 게 없는데 진짜 해보고 싶은 게 뭐냐고 물었다. 시중에 나도는 ‘2PM’(이완구의 2+총리·prime minister) 설을 확인하고 싶어서다.

“MB(이명박 전 대통령) 때도 수차례 들어 새삼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원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바란다고 되는 자리가 아니다. (거론돼서) 기분 좋다. 하지만 난 초연하다.”

‘사심 없다’는 사람답지 않게 이 원내대표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줄줄이 꿰고 있었다. 40년 공직생활의 20년은 국내 정치를, 3년은 경제기획원을, 7년은 해외 경험을 했으니 절묘한 균형 아니냐는 반문의 속내는 ‘나만 한 사람 없다’는 자신감이다.

내친김에 ‘비박(비박근혜)’계 대표 주자로 차기를 향해 진군하는 김무성 대표(무대)를 보는 속내도 물었다. 그는 “긍정적”이라고 하면서도 ‘아직까지는’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업무 스타일에 대해서도 “괜찮다. 적절한 수위 조절을 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5월 당시 원내대표가 되고 싶어 했던 이주영 의원을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남경필 의원을 경기지사 후보로 차출하는 한편 정갑윤 의원을 국회부의장으로 선회시키며 ‘청와대’가 옹립한 원내대표가 이완구다.

이인제 최고위원이 들으면 화를 낼 일이지만 이 원내대표는 김종필의 대를 이을 충청권의 후계자를 자임한다. 16대 이후 여의도 정치를 떠나 있었고 19대 국회에도 2013년 재선거를 통해 입성한 그가 단숨에 원내대표에 오른 것도 그런 가치를 인정받은 탓이다. 하지만 여당 내 그는 단기필마에 가깝다. 박 대통령과 공생관계가 아니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렇게 이완구는 운명처럼 친박이라는 울타리로 빨려 들어갔다. 청와대는 그가 15대 동기생인 ‘무대’의 파죽지세를 견제할 강단이 있다는 점을 효용가치로 여기고 있다는 말도 있다. 총리 자리는 그 싸움이 성과를 거둘 때 쟁취할 수 있는 전리품일지도 모르겠다.

하태원 정치부 차장 triplets@donga.com
#2PM#이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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