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마세라티 “조용필 노래 처음 듣고 독특한 창법-악곡에 충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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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마법사’ 세계적 음향 엔지니어 토니 마세라티 내한

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서 만난 세계적인 음향 엔지니어 토니 마세라티.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서 만난 세계적인 음향 엔지니어 토니 마세라티.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음향 엔지니어 토니 마세라티(54)는 ‘뉴욕 사운드’의 기수로 불린다.

1990년대부터 데스티니스 차일드와 비욘세, 블랙 아이드 피스, 얼리샤 키스, 존 레전드, 레이디 가가의 음향을 맡아 단단하고 도시적인 사운드의 전범을 확립했기 때문이다.

‘서울 사운드’를 찾으러 처음 방한한 마세라티를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의 한 음향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소녀시대의 ‘더 보이즈’(2011년), 조용필의 ‘헬로’(2013년) 음향 믹싱을 맡은 인연으로 6∼8일 이태원 일원에서 열린 2014 서울 국제뮤직페어에 참석한 그는 크레용팝, 이디오테잎, 고래야, 술탄 오브 더 디스코 같은 다양한 한국 음악 팀의 가능성을 진단하러 왔다. 한국 팀 하나를 골라 뉴욕에 있는 자신의 스튜디오로 데려가 녹음할 계획이다.

마세라티는 조용필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부터 고백했다. “저도 케이팝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조용필 노래엔 케이팝의 음향적 특성에 대한 제 예상을 벗어나는 소리가 담겨 있었어요. 프로듀서의 능력과 음악적 완성도도 높은 데다 전 세계의 소리가 다양하게 들어있었죠.” 그는 “조용필을 ‘한국의 프랭크 시내트라, 빌리 조엘’로 소개받았는데 창법과 악곡 모두 굉장히 현대적이어서 놀랐다”고 회고했다.

케이팝이 국제적 보편성과 장르적 다양성을 모두 지닌 데 그는 주목했다. 마세라티는 “중화권 팝 음악은 이해하기 힘들고 낯선 반면, 케이팝은 스웨덴, 영국의 팝처럼 누가 들어도 이해할 친숙함이 있다. 소녀시대, 조용필의 음향을 믹싱하며 한국에 광범위한 음악 스펙트럼이 공존하는 데 놀랐다”고 했다.

세계 팝의 정점에 있는 소리 마법사로서 그는 인류가 사운드의 격변기를 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신이 작업한 비욘세의 두 곡을 예로 들었다. “‘크레이지 인 러브’(2003년)가 디지털 음악 제작 방식의 혁명을 보여준 노래였다면 ‘드렁크 인 러브’(2013년)는 그 경향의 정점을 나타내는 곡”이라면서 “휴대전화에 수천 곡을 담아 듣는 음악 소비 환경이 휴대용 라디오 발명 때보다 더 큰 음향 혁명을 요구한다. 이는 조지 마틴, 필 스펙터가 비틀스의 소리를 혁신하던 때만큼의 변혁”이라고 했다.

마세라티는 이날 한국의 엔지니어들에게 강의도 했다. 그는 “음향 엔지니어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음악의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능력”이라면서 “돈만 보고 만든 음악은 소리에서부터 의도가 드러난다. 청중을 얼마만큼 고려하느냐가 훌륭한 음악과 그렇지 않은 음악을 가른다”고 말했다. 이번에 접할 낯선 한국 음악이 뉴욕 장인에게 혜안을 던져줄지도 모른다. “미국적인 요소가 가장 적고 특색이 강하며 한국적인 소리를 담고 있는 팀을 저는 찾으러 왔습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토니 마세라티#뉴욕 사운드#음향 엔지니어#조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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