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쿨맵시 착장” “Human-ware 보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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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세상을 바꿉니다/9일 568돌 한글날]
국민들은 알쏭달쏭 ‘행정용어’… 공무원은 절반이 “이해하기 쉬워”
정부 ‘쉽게쓰기 인증제’ 추진

‘선진국 국내정책은 spillover 및 spillback 등 외부효과를 고려….’ ‘Human-ware의 보강에 관한 의제들을 해당 전문위원회의에서 논의한다.’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가 4, 5월 발표한 보도자료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공공기관에서 생산하는 공문서 속 행정용어 역시 공공언어에 포함된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행정외계어’라는 비아냥거림마저 나올 정도다. 이처럼 공무원들이 일반인 눈높이에 맞추지 않고 어려운 전문용어나 외국어, 외래어를 많이 사용하는 주요 원인이 ‘공공언어에 대한 인식 차’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지난달 22∼29일 국민 500명,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500명을 대상으로 ‘정부 생산 공공언어가 국민 입장을 고려해 작성되는지’를 각각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공무원은 40.4%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국민은 27.1%만 ‘그렇다’고 밝혔다. 국민 10명 중 7명꼴로 공공언어가 국민의 입장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느끼는 셈이다.

‘공공언어와 일상언어 간 차이가 있나’라는 질문에도 국민은 63.7%가 ‘차이가 있다’고 답했지만 공무원은 40.8%만 ‘있다’고 했다.

또 공공언어의 공공성이 잘 지켜지지 않는 이유 역시 일반인은 ‘고압적, 권위적 표현’(60.2%)을 꼽았고, 공무원은 ‘소속기관의 문서 작성 관습 때문’(41.8%)을 지적했다. 한 부처 공무원은 “예를 들어 ‘여름철 시원한 옷을 입자’도 ‘여름철 쿨맵시 착장’으로 쓰게 된다”며 “고치려 하는데 기존 관행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 결과는 공무원의 인식이 바뀌어야 공공언어 속 우리말이 쉽고 정확해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국립국어원은 설명한다. 국민이 어려운 행정용어를 접하면서 겪어야 하는 시간적 낭비를 임금으로 환산하면 170억 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은 ‘공공언어 쉽게 쓰기 인증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문체부 공형식 국어정책과장은 “영국에서는 ‘쉬운 영어 캠페인’(plain English campaign)을 펼치면서 모든 공문서가 읽기 쉽게 바뀌었고 국민의 알권리도 높아졌다”며 “우리말을 잘 지키고 쉽게 쓴 공문서 등에 KS마크와 유사한 표시를 해주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Human-ware#선진국#공공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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